[비즈&피플①] 이이한 대표 “‘설원’으로 남북 화합의 건배…오랜 꿈 이뤘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5월 8일 05시 45분


이이한 솔래원 대표는 “강원도의 맑은 물과 독창적 레시피를 통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고품격 명주 생산이 목표”라며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전통주 부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춘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이한 솔래원 대표는 “강원도의 맑은 물과 독창적 레시피를 통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고품격 명주 생산이 목표”라며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전통주 부활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춘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평창올림픽 공식주 ‘설원’ 전 세계 알린 이이한 솔래원 대표

“브랜드 가치 1000억원 이상 상승
전 세계에 강원도의 맛 알려 뿌듯
지역 주민 대상 일자리 창출 앞장
세계 입맛 사로잡을 명주 만들 것”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공식 건배주로 사용되어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강원도 전통주가 있다. 바로 강원도 양구군에 자리잡은 전통주 제조업체 솔래원이 생산하는 ‘설원’이다. 최고의 전통술을 만드는 장인기업을 추구하는 솔래원의 대표이자 현재 강원도전통주협회장을 맡고 있는 이이한(66) 대표를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강원도전통주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건배주 ‘설원’은 어떤 술인가.

“설원은 청정지역에서 자란 최고급 포도만을 엄선해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지하동굴 숙성실에서 최적의 조건에 맞춰 탄생한 고급 와인이다. 철저한 품질관리와 완벽한 블랜딩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최상의 부드러움과 안정된 풍미가 특징이다.”

-와인 술병이 전통 백자 형태를 띠고 있는 게 눈에 띈다.

“강원도 양구군 방산면 칠전길 일대의 가마에서 제작된 세종대왕 태항아리의 기품을 잇고자 했다. 전통의상인 치마저고리와 초가지붕 아래 흙 담벽이 가진 아름다운 곡선의 미를 본떴다. 마침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대도 달항아리 모형이었는데 기분 좋은 우연이었다. 아무래도 강원도 양구군에 이런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백자 항아리 기념관을 마련해야 할 듯 싶다.”

-평창올림픽 공식주로 참가하게 된 계기는.

“2011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면서 강원도에서 주류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했다. 평창주 관련 특허를 확보하는 등 제품 구상을 시작했다. 어떤 술을 빚을지 전통주 장인에게 자문했는데 전 세계인이 좋아하는 술맛의 레시피를 정하는 것만 2년이 걸릴 정도로 주조 과정에 공을 들였다. 또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에 맞춰 올림픽 박물관을 방문했고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현장에도 참석하는 등 올림픽 마케팅을 몸소 체험했다.”

이이한 솔래원 대표. 춘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이한 솔래원 대표. 춘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국제 행사인 만큼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

“아무래도 중소기업이다 보니 국제올림픽위원회(IOC)조직위를 상대하기 힘들어 강원도의 지원을 받았다. 강원인삼농협의 수삼, 횡성과 대관령 한우, 철원농협의 오대쌀, 강원감자조합의 감자 등과 함께 강원도와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서포터 및 마케팅상품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마침내 올림픽 개막을 앞둔, 지난해 11월에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와 올림픽 주류 부문 공식서포터 협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강원도가 팔을 걷어붙이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줘 강원도 특산물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이 숱한 화제를 낳으며 성공리에 끝나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국내 주류 부문에서 공식서포터를 맺은 것은 솔래원이 유일하다. 설원은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건배주로 선정돼 주류 중 유일하게 올림픽 엠블럼을 달고 있다. 올림픽 관련 공식행사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테이블에 올랐으며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올림픽을 찾은 각국 정상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전 세계인에게 한국의 미와 강원도의 맛을 알릴 수 있어 마냥 신이 났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가 큰 점을 꼽는다면.

“아무래도 남과 북이 함께 한 평화올림픽을 꼽을 수 있다. 설원이 마침 북한 선수단 환영 만찬회에서 건배주로 사용됐는데 북한 선수단의 반응도 좋았다. 평소 ‘지구촌이 하나 되는 올림픽, 설원으로 평화의 잔을 들자’는 슬로건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한 남북 화합을 기원하며 술을 만들었는데 마침 북한 선수단 만찬의 건배주와 선물로 제공돼 마치 오랜 꿈이 이뤄진 듯한 느낌이다. 남북 평화 교류에 일조한 것 같아 더욱 뿌듯하다.”

-평창올림픽 이후 기업에 달라진 점은.

“무엇보다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1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설원은 동계올림픽 기간에만 1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고 올림픽 이후 주문이 잇따르며 한달여 만에 매출 5억여원을 기록했다. 또 이제는 인천공항 면세점과 아시아나항공 및 에어서울 항공사, 전국 코레일 등에서도 팔리고 있다. 무엇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한국 전통주의 위상을 높인 것이 큰 의미가 있다. 이제 올림픽은 끝났지만 경제유산과 문화유산으로 남았으면 한다.”

이이한 솔래원 대표. 춘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이한 솔래원 대표. 춘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솔래원이 강원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듯싶다.

“작지만 알차게 운영해 토종 향토기업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주민과 군인가족 전업주부들을 대상으로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주부들이 가족이 마시는 술을 만든다는 주인의식 속에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제품을 생산한다. 이는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인 일자리 창출과도 일맥상통한다.”

-강원도전통주협회장으로서 전통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960년대 정부 주도 양곡관리법에 의거한 밀주금지령 이후 전통주가 단절됐다. 이제는 정부가 전통주 부활을 위해 힘써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선 전통주 주세가 현행 국세로 돼 있는데 이를 지방세로 바꾸어야 한다. 전통주는 그 지역의 농산물을 가공해 술을 만들어 대부분 그 지역에서 소비한다. 지방세로 바꾸어 지자체 세수 확대에 기여해야 하고 그것이 곧 지역경제 활성화에 밑거름이 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향후 계획을 소개해 달라.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강원도의 청정자연환경에서 나오는 물 관련 산업이 강원도의 미래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 맑은 물과 독창적인 레시피를 통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고품격 명주 생산이 목표다. 춘천에 술 박물관 건립도 추진 중이다. 현재 부지 마련 중으로 조만간 가시화할 것이다.”

● 이이한 대표

▲ 1952년 강원 양구 출생
▲ 한국전통주수출협회 회장
▲ 강원도전통주협회 회장
▲ 한국전통주진흥협회 부회장
▲ 1998년 한국신지식인 선정
▲ 2006년 석탄산업훈장 수훈
▲ 2016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최우수상

춘천|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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