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판단할 공이 이제 금융감독원의 상위 기관인 금융위원회로 넘어갔다.
민간 전문가들이 포함된 금융위 산하 심의기구가 최종 판단을 내릴 때까지 ‘고의적 분식’을 주장하는 금감원과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삼성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만약 금융위가 최종적으로 금감원의 손을 들어준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폐지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 “민간 전문가 판단 중요, 최종 결론 뒤집힐 수도”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달 17일 감리위원회를 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를 심의한다. 감리위는 감리위원장인 김학수 금융위 증선위원을 포함해 금융위 내부인사 3명, 금감원 인사 1명, 한국공인회계사회 인사 1명, 민간 전문가 4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감리위의 심의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이달 23일이나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증권선물위원회가 최종 결론을 내린다. 증선위는 증선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과 김학수 증선위원, 민간 전문가 3명 등 5명이 참여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교수, 변호사 등으로 이뤄진 민간 전문가의 판단이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사안이 민감한 만큼 최종 결론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의 5조 원대 분식회계 결론을 내릴 때도 감리위와 증선위가 각각 3차례나 열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정밀하게 들여다볼 것”이라며 “금감원이나 감리위에서 내린 결정이 증선위에서 뒤집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전문가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가능성 쟁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설립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2015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꿨다. 그러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가치를 기존의 2900억 원(취득가 기준)에서 4조8000억 원(시장가격 기준)으로 회계 처리했다.
국내 기업들이 채택한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하면 관계회사로 본다. 또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뀌면 보유 지분 가치를 취득 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 바이오젠이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사들일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실질 지배력을 잃게 돼 관계회사로 변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오젠으로부터 2015년 4분기(10∼12월) ‘조건이 되면’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서신을 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금감원은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늘려가던 시기여서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회계 전문가들은 바이오젠이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얼마나 컸는지가 쟁점이라고 보고 있다.
○ 금감원 이례적 발표로 시총 8조 원 날아가
통상 금감원은 특별감리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 전 시장에 알려지면 혼란이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금융위는 특별감리 결과 공개를 반대했지만 금감원이 공개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의 공개로 투자자 동요를 유발했다며 유감을 표하는 성명서를 8일 발표할 예정이다.
금감원 발표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48만8000원에서 이달 4일 35만9500원으로 26.3% 폭락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8조5000억 원이나 증발했다. 손해를 본 삼성바이오로직스 개인투자자들은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악의 경우 상장 폐지까지 갈수도 있다. 금융위가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을 내리고 검찰에 고발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 거래는 정지되고 한국거래소는 심사를 거쳐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기업들 사이에선 ‘과도한 옥죄기’라는 불만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홍콩증권거래소는 샤오미를 상장시키기 위해 기업공개(IPO) 제도를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경해주고 있다”며 “한국만 기업을 옥죄는 상황에서 어떤 유망 기업이 한국 증시에 상장하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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