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 대출 받아서 다른 곳 쓰는지 점검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0일 03시 00분


금감원-은행권, 8월부터 시행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 300조 육박
주택구입-생활비 등에 못쓰게… 점검대상 금액기준도 대폭 낮춰


지난해 임대사업자 A 씨는 건물을 새로 짓는 데 필요하다며 한 시중은행에서 시설자금 용도로 6억 원을 대출받았다. 하지만 은행 사후 점검에서 A 씨가 대출금 일부를 건축자금으로 쓰지 않고 생활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공사 진행이 더뎌지면서 건물 준공이 계속 늦춰졌고 A 씨는 시설자금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했다.

앞으로 A 씨처럼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을 받아 생활비나 주택구입자금 등 다른 용도로 쓰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8월부터 이를 제재하는 은행권의 점검 기준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과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개인사업자 대출의 용도 외 유용 사후 점검 기준’을 개선한다고 9일 밝혔다. 7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해 8월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은행들은 2005년 3월 자율규제로 만든 사후 점검 기준에 따라 개인사업자 대출이 대출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시설자금, 운전자금 용도로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주택 구입비, 생활비 등 다른 용도로 쓰면 사업체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어렵고 대출도 부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용한 사실이 적발되면 은행들은 대출을 즉시 회수하고 신규 대출을 일정 기간 제한한다.

하지만 현재 사후 점검 대상 기준이 느슨하고 점검 방식도 형식적이어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행 기준으로 개인사업자 대출 1건당 대출금이 2억 원 이하이거나 동일 인당 5억 원 이하인 경우 점검을 생략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현재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 차주의 92.5%가 점검 대상에서 제외되는 실정이다. 또 사업장 임차 및 수리자금 등도 점검을 생략할 수 있다.

금감원과 은행권은 앞으로 사후 점검 대상이 되는 대출금액 기준을 현재보다 대폭 낮추고 점검을 생략할 수 있는 대출도 새로 정하기로 했다. 또 증빙서류 첨부 의무를 강화하는 등 점검 방법도 개선하기로 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다른 용도로 쓸 경우 대출 제한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은행 영업점이 대출자에게 의무적으로 알려주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개인사업자 대출의 용도 점검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신(新)총부채상환비율 등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풍선 효과’로 자영업자 대출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95조6000억 원으로 올해 상반기(1∼6월) 내에 3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개인사업자#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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