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경제]“고객 마음 잡자”…1층을 고객에게 내준 대형마트들, 직접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0일 16시 46분


대형마트들이 마트의 ‘얼굴’인 1층에 판매시설 대신 고객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며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과 편의점의 성장으로 마트를 찾는 발길이 줄어들자 쇼핑 외에 놀고, 쉬고, 먹을 수 있는 공간을 강화해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한 전략이다. 예를 들어 장을 보러 마트에 들른 소비자들이 쇼핑과 휴식을 겸할 수 있도록 마트에 대형 숲과 식물원을 조성하거나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가를 만드는 식이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문을 연 롯데마트 서울양평점은 1층을 숲을 콘셉트로 한 공간으로 꾸민 뒤 고객이 약 20% 늘었다. 일반 마트가 유동 인구가 많은 1층을 판매시설로 채우는 것과 달리 1층을 소비자들이 쉴 수 있는 장소로 변신시킨 것이다.

어반포레스트(도심 속 숲)로 이름을 붙인 이 곳은 나무와 담쟁이덩굴로 채워져 있다. 수십 개의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 고객 누구나 자유롭게 앉아서 쉴 수 있다. 매장 중앙에는 피아노 연주가 흐르는 작은 식물원을 만들었다.

마트 1층을 마치 숲처럼 꾸민 공간이 입소문이 나자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서울양평점의 하루 평균 방문자는 약 6000명으로 비슷한 규모의 다른 롯데마트(5000명)와 비교해 20%가량 많다. 롯데마트 자체 조사 결과 어반포레스트를 보기 위해 마트를 찾았다는 고객으로 발생한 매출은 전체의 14%나 된다.

김창조 롯데마트 서울양평점장은 “장을 보러 자주 마트에 와야 하는 주부 등 단골 고객들에게 마트에서 편히 쉴 수 있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며 “어린 아이와 함께 마트를 찾는 30대 소비자들의 비중이 높은 편인데 이들에게 ‘어반포레스트’가 특히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마트도 킨텍스점은 1층에 약 2000㎡ 규모의 피코크 키친을 만들었다. 한식과 중식, 일식, 베트남식, 유럽식 등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한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고객들은 쇼핑하러 마트에 왔다가 밥을 먹고 가기도 하고, 외식하러 왔다가 장을 봐서 가기도 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킨텍스점 방문 고객의 평균 주차 시간은 약 2시간 2분으로 서울 대형 점포 평균 이용시간인 1시간 7분과 비교해 55분이나 길다”며 “고객이 마트에 오래 머물수록 물건 하나라도 더 사기 때문에 고객이 머무르는 시간이 길수록 마트에는 좋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이 외에도 1960년대 영국 이발소 콘셉트의 바버샵, 전자기기 판매점 일렉트로마트, 오락실 등 ‘아빠’ 고객을 위한 다양한 시설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1층을 고객에게 내주었다면 홈플러스는 옥상을 고객 친화적인 공간으로 꾸몄다. 홈플러스는 2014년 인천 인하점을 시작으로 올해 1월 문을 연 동대문점까지 11개 매장 옥상에 풋살경기장을 만들었다. 지역의 유소년 축구클럽이나 어린이 축구교실 등 어린아이들이 이곳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권영휘 홈플러스 몰리빙팀장은 “고객이 마트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마트에 다양한 변화를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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