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 여파로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할 수 있다는 ‘6월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올 들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신흥국 펀드 수익률이 최근 급격하게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뭉칫돈을 빨아들이며 인기를 끈 베트남 펀드는 최근 한 달 수익률이 ―10%에 육박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하락세만 보고 펀드를 서둘러 환매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신흥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잠재성장력을 따져 국가별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한다.
○ 경고등 들어온 신흥국 펀드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일 현재 베트남 주식형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9.95%로 급락했다. 최근 6개월간 19.34%의 높은 수익을 거두며 인기몰이를 한 베트남 펀드의 성적이 단숨에 수직 낙하한 것이다.
다른 펀드도 ‘경고등’이 켜졌다. 같은 기간 러시아(―7.40%)와 신흥 유럽(―7.44%), 중남미(―7.27%), 브라질(―7.12%) 등 주요 신흥국 펀드 대부분이 마이너스로 고꾸라졌다.
연초만 해도 상승 랠리를 이어가던 신흥국 증시가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흔들리면서 펀드 성적도 부진한 모습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이후 이달 4일까지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 시장에서 회수한 자금은 55억 달러(약 5조9000억 원)에 이른다. 2013년 미국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던 ‘긴축 발작’ 때보다 더 빠른 이탈 속도다. 아르헨티나가 8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화폐 가치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신흥국 위기론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신흥국 펀드에 국내 투자자들이 몰려 있어 신흥국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비과세 혜택 일몰을 앞두고 지난해 8월 40만 개 수준이던 해외 비과세 펀드 계좌가 141만 개까지 급증한 상황. 국내 투자자들이 베트남 펀드에 투자한 규모만 현재 1조2936억 원(설정액 기준)에 이른다.
○ 전문가들 “장기적 성장 가능성 살펴야”
금융당국도 우려를 표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8, 9일 헝가리에서 열린 국제증권감독기구(IOSCO) 연차총회에 참석해 “신흥국에 투자하는 패시브펀드(특정 지수를 추종해 지수 수익률만큼 수익을 내는 펀드)의 경우 일부 국가의 불안 요인이 펀더멘털이 견고한 다른 신흥국의 자금 유출을 초래하는 위기 확산 경로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촉발된 외국인 자금 이탈이 비교적 건실한 신흥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밝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펀드를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국가별로 대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베트남처럼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는 현재의 위기가 소나기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베트남은 제조업 성장세가 계속되는 등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말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은 “브라질은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선 만큼 중장기적으로 전망이 나쁘지 않다. 하지만 러시아는 시리아를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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