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가방, 지갑이 익숙한가. 그렇다면 나만의 휴대전화 케이스와 비누는 어떤지. 대중제품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개성을 표현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을 얻으려는 ‘가심(心)비’ 고객들이다. 명품업계가 이 같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최근 개인 맞춤형 각인 서비스 제공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LF가 수입하는 프랑스 뷰티 브랜드 ‘불리(BULY)1803’은 프랑스에서만 제공했던 각인 서비스를 올해 처음 한국에 도입했다. 브랜드의 대표 제품인 비누와 빗에 영문 필기체로 소유자의 이니셜을 새겨주는 서비스다. LF 관계자는 “누구나 살 수 있는 대중제품이지만 그 위에 이름을 새겨 넣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고객의 반응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보테가베네타’도 올해 봄여름 시즌을 맞아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가방과 지갑 외에도 파우치나 휴대전화 케이스 등 다양한 제품에 고객의 알파벳 이니셜을 새기거나 덧댈 수 있게 했다. 가죽 장인이 직접 이니셜을 박음질해주는 수공 제품을 주문할 수도 있다. 보테가베네타는 일부 모델의 가방은 아예 이니셜을 새길 수 있는 빈 공간을 남겨둔 채 디자인하기도 했다.
‘구찌’도 최근 고객이 직접 이니셜을 새기도록 선택할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컬렉션을 출시했다. 소비자가 온라인 스토어에서 악어가죽이나 크리스털 장식 등 다양한 소재와 색상으로 디자인된 알파벳을 선택해 토트백과 스니커즈에 넣도록 주문하는 방식이다. 구찌는 고객이 DIY가 구현된 완제품을 확인할 수 있도록 온라인 스토어에서 3차원(3D) 이미지를 미리 보여주는 서비스도 마련했다.
명품업체들이 무료로 혹은 일정액의 추가요금만 받고 이니셜 각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고객들이 비싼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만족감을 얻어야 추가 구매에 나선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 바람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가심비 트렌드가 자리 잡았다고 보는 것이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런 흐름에 발맞춰 기존에 일부 제품에 각인 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도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54년부터 가방 등 가죽제품에 고객의 이니셜을 그려 넣는 특별 주문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던 루이비통은 최근에는 향수병에도 이름을 새겨주고 있다. 고객이 직접 버클과 줄을 골라 자신만의 벨트를 만드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이니셜 각인서비스는 불황을 맞은 명품업체들에 시장을 확대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량생산 체제로 명품마저도 대중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럭셔리 업계가 또 다른 ‘한정판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며 “개인 맞춤 서비스는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애착관계를 형성해 충성 고객을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앞으로 서비스 범위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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