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광고 독점에 부담만 떠안은 중소상공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5일 03시 00분


‘브랜드 검색광고’ 유도… 효과 낮은데도 울며 겨자먹기 광고


네이버에 쇼핑몰 구축 업체 A사를 검색하면 자사 사이트 링크 바로 밑에 이 회사의 주력 사업과 관련이 없는 웹호스팅(서버 임대사업), 스페셜호스팅, 서버호스팅 등의 단어가 뜬다. 이는 네이버의 검색로봇이 해당 회사의 홈페이지 정보를 크롤링(수집)해 자동 생성해 띄우는 정보다.

하지만 이 회사의 주요 사업영역은 쇼핑몰 구축이다. A사는 답답한 마음에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왼쪽 맨 위에 ‘쇼핑몰 구축’이라는 메뉴를 넣었다. 그럼에도 검색로봇은 이를 반영해주지 않았고, A사가 다시 항의하자 네이버는 “크롤링이 하는 일”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A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월 1000만 원 안팎을 들여 네이버의 ‘브랜드 검색 광고’를 집행해 화면 상단에 ‘쇼핑몰 구축’이라는 내용을 노출시킬 수밖에 없었다.

네이버는 검색엔진 부문에서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를 활용해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의 약 70%를 싹쓸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는 새로운 광고상품을 고안해내고, 판매 가능한 키워드를 확대해나가는 방식으로 광고 시장의 단가 상승을 부추겨 중견기업과 중소 상공인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중소기업·상공인 부담 늘리는 네이버 광고


14일 인터넷업계와 광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 광고비 11조1295억 원 중 네이버의 광고 매출(2조6143억 원)은 전체의 23.5%를 차지했다. 국내 총 디지털 광고비(3조8402억 원)에서 네이버 광고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8.1%에 이른다.

네이버 광고 매출은 2016년(2조9670억 원) 대비 소폭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광고 매출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일자 2017년부터 매출 집계 기준을 광고, 비즈니스플랫폼, IT플랫폼, 콘텐츠서비스, 라인 및 기타플랫폼 등으로 세분화했다. 기존까지는 광고, 콘텐츠, 기타로 구분해왔다.

문제는 네이버의 광고 단가 책정 기준이 중소·중견기업과 중소 상공인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A사가 집행 중인 브랜드 검색 광고는 PC와 모바일 별도로 각각 최소 50만 원부터 시작한다. 선택한 키워드 조회 양이 많으면 최소 단가도 올라간다. 조회수가 늘어나면 광고비도 올라가는 구조여서 1000만 노출 시 최대 9700만 원을 내야 한다. 이 광고의 경우 기본 단가는 30일 노출을 기준으로 책정되는데, 광고 노출 기간을 30일 미만으로 잡아도 30일 노출과 동일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독소조항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주요 키워드를 경쟁 입찰로 구매하도록 설계한 사이트검색광고의 경우 중소 상공인들의 부담은 더 크게 다가온다. 서울 중구 을지로 방산시장에서 비닐 제조업을 하고 있는 B 씨는 “한국에서 온라인 광고를 집행한다는 건 네이버에 광고한다는 것과 같은 말인데 하루 8만 원 정도의 고정비가 들어가 적정 수익을 올릴 수 없는 때가 많다”고 전했다.

한 온라인 쇼핑몰 업체 대표는 “네이버에 광고하면 그만큼 매출이 높아지는 효과는 있지만 경쟁도 심화되고 있어 영업이익률이 점차 낮아지는 점이 문제”라면서 “광고비 부담이 커서 문을 닫는 쇼핑몰이 많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측은 “한 달에 10만 원 이하의 광고비를 내는 광고주는 전체의 63%, 월 50만 원 이하의 광고주는 전체의 83%로 중소 상공인에게 부담을 준다고 하기에는 적은 액수”라며 “네이버는 소상공인들이 검색광고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교육하고 있고, 마케팅에 필요한 빅데이터도 제공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돈 내고 사야 하는 키워드도 계속 늘려

네이버가 키워드 검색 광고에서 구매 가능한 키워드를 늘리고 신상품 라인업을 늘리는 것도 디지털 광고 단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네이버에서 구매 가능한 키워드(콘텐츠검색광고 기준)는 올해 들어서만 13.4%(949개)가량 늘었다. 기업 입장에서 기존에는 광고비를 내지 않아도 선점할 수 있었던 키워드를 이제는 비용을 집행해 구매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또 4월에는 브랜드 검색 광고에 ‘모바일 오토플레이 썸네일’이라는 신상품을 내놨다. 이는 기존 상품(모바일 오토플레이 메뉴)의 하단에 ‘썸네일’ 3장이 추가로 붙어 기업 입장에서는 더욱 다양한 이미지를 노출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런 이유로 광고비를 기존 대비 19.1%가량 비싸게 책정했다. 하지만 광고 효과성은 입증된 바 없어 적정 가격인지 광고주 입장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

곽혁 한국광고주협회 상무는 “너무 많은 온라인 광고 형식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광고 대비 효율이 나고 있는지, 개별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지는 않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구매 가능한 키워드가 늘어나야 광고주의 선택 폭이 넓어져 싼값에 효율적인 광고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며 “단순히 썸네일 3장이 추가로 붙었다고 단가를 높게 책정한 것은 아니며 광고 유형, 광고 사이즈, 노출량 등에 따라 가격을 산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네이버#중소상공인#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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