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인 대장균을 이용해 다양한 구조의 나노 재료를 안전하고 빠르게 합성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국내 연구팀이 개발했다. 독성이 강한 물질(유기용매)과 비싼 촉매를 쓰던 기존 화학 공정을 대체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유진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연구원과 이상엽 특훈교수팀은 금속을 자신의 몸 안에서 처리할 수 있는 특수한 대장균을 만들었다. 그 뒤 다양한 금속 원소를 대장균의 ‘먹이’로 제공해 60가지 새로운 나노 재료를 부산물로 합성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22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바꿔 필요한 단백질을 생산하게 만든 ‘유전자 재조합’ 대장균을 이용했다. 이 대장균은 금속과 결합할 수 있는 특수한 단백질과 효소를 생산할 수 있다. 원래 이 성질은 중금속을 몸 안에 흡착, 처리하는 ‘폐수 처리 미생물’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특징인데, 연구팀은 이 성질을 나노 물질을 합성하는 데 활용했다.
연구팀은 컴퓨터로 원소의 결합도를 예측하는 기술을 결합시켜, 대장균이 합성할 수 있는 물질을 보다 효율적으로 찾는 방법도 개발했다. 그 결과 1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대의 판, 기둥, 입자 모양을 가진 나노 구조 60종을 자유자재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자석 성질을 띠는 등 기능이 독특한 재료도 만들었다.
연구 총책임자인 이 교수는 “이제까지 화학적, 생물학적으로 합성된 적 없는 나노 재료를 효율적으로 생산했다”며 “에너지, 의료, 환경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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