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25% 고율관세 부과 검토
업계 “美시장 어려운데 악재 겹치나”, 정부 “해외공장 둔 美업체도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최고 25%에 이르는 고율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미국 상무부에 지시했다. 미국이 한국에 고율의 철강 관세를 부여하려던 계획을 취소한 지 불과 20여 일 만에 한국의 주력 품목인 자동차를 타깃으로 보호무역주의의 칼날을 세운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자동차와 트럭, 부품 등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라고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로스 장관은 “수입 자동차가 미국 자동차산업을 약화시켜 왔다”고 강조해 수입 제한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안보에 위협을 주는 제품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이 법을 이용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 상무부는 9개월 이내에 수입 자동차가 미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된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정 협상이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수입차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 가장 많은 자동차를 파는 멕시코가 주된 타깃이라고 봤다. 멕시코 자동차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에 관세를 부과하면 무역적자 폭을 줄일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공장을 미국으로 옮기도록 유도하려는 복안에서 자동차 수입 규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면 한국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현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할 때 픽업트럭을 제외한 모든 차량에 관세를 면제받고 있다. 하지만 무역확장법 232조는 안보를 이유로 하는 만큼 FTA와 상관없이 추가 관세를 매길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업계가 미국에 판매한 차량 127만6000대 중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약 40만 대를 제외한 모든 차량에 관세 부과가 가능해진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한국산 차량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최근 하락 추세다. 2016년 8.1%였던 점유율은 지난해 7.4%로 내려앉았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시장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바뀔 때 신차를 내놓지 못하면서 판매량이 부진해졌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20%가 넘는 관세가 붙으면 미국산 차량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게 돼 현지 판매는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업계와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미국의 움직임을 분석하기로 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철강 관세 부과 때에도 시장의 예상을 벗어났던 만큼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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