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옥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짓고 살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통 방식을 고수할 경우 비용 문제가 컸다. 여기에 한옥이 단열, 소음 등의 문제로 열악할 것이라는 생각과 또한 지진에도 취약할 것이라는 오해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경주 지진 당시 현대 건축물들에 대한 파손은 심했으나 오히려 한옥은 기와가 떨어지거나 담이 파손되는 정도로 피해가 작았다. 한옥은 특성상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부족한 횡력에 대한 보완으로 보강철물을 활용한다면 전통한옥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이 같은 생각으로 단점은 현대적으로 보완하고 강점은 살려 새로운 한옥을 짓는 전통건축 기업이 있다. 바로 ㈜현영종합건설이다.
현영종합건설 김호준 대표는 “우리가 보고 느끼는 한옥은 조선시대에서 구한말까지의 한옥들이 전부다. 그 이전인 고려시대 등의 건축물에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다양한 공법(목구조 구법)과 다양한 평면들이 많았다. 이러한 공법들이 역사 속에 있는데 이 같은 건축물도 한옥의 개념으로 확장해 복원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몇 가지 공법만 가지고 한옥의 개념을 너무 협소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옥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복원해 전통 건축의 가능성을 더 넓히겠다는 생각이다. 이 같은 전통 건축물들을 ‘신한옥’으로 제안하고 있다.
그는 “신한옥의 보급을 위해서는 너무 전통적인 부분만 따지기보다 단가나 기능적인 만족도를 위한 구조적인 생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옥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세계화될 수 있게 한옥에 대한 개념이 확장되고 더 다양한 형태의 건물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좀 더 대범한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그는 한옥 제작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공사 기간부터 단축했다. 기초·기단·초석공사 등은 현대적인 기법을 도입하고 단열, 방음 등은 현대식 구조를 도입해 전통적인 운치는 살리면서 현대 건축물의 장점을 최대한 접목했다. 이를 통해 건축 기간도 반년에서 4개월로 줄여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혁신은 일본 제국주의 침략기에 한옥의 가치를 지키고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북촌 일대에 한옥을 짓고 건축 개량에 나섰던 정세권 선생을 떠올리게 한다. 한옥을 통해 전통을 이어가되 편의성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할 때 오히려 계승해야 할 가치도 함께 커진다는 생각이다.
이 같은 신한옥에 대한 철학이 잘 녹아 있는 단지가 강릉오죽한옥마을이다. 국토부가 주관한 연구개발(R&D) 사업에 참여해 2011∼2017년까지 실증구축 작업을 마쳤고 20동(32실)을 지어 2016년 12월 개장했다. 여기에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 전통 주거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자 강릉시에서 추가로 체험동 14동(19실)을 증축했다. 기존 숙박 개념의 한옥마을에서 나아가 식당이나 회의장 등 주변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김호준 대표 인터뷰, “올바른 한옥보급 위해 기술 보호-다양성 존중해야”
전통한옥의 보급과 문화재 보수, 복원사업에 전념하는 현영종합건설 김호준 대표는 한옥의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한옥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한옥 지붕공사다. 현영종합건설은 흙을 올리지 않고 기와만 올리는 건식 방식을 쓴다. 흙을 올려 기와를 고정시키면 폭설이나 지진 등 흔들림에 기와가 밀리고, 흙이 마르면서 틈이 생겨 방 안으로 바람이 스며든다. 이런 한옥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단열재를 채우고 방수포를 덮었다. 벽체 공사에도 단열재(유리섬유)와 방수포가 필요한 부분엔 적용했다. 전통 문양을 살리며 단열과 소음 방지를 위해 현대식 시스템 창호를 썼다.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선 기존의 방식만 고수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문화재 보존에 대해서도 그는 전문가다. 그의 눈에는 문화재 각각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 최근 복원 경향은 안타깝다. 김 대표는 “개별 문화재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표준문화재 시방서란걸 만들어 전국의 문화재를 표준화시키면서 전통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산업기본법을 보면 한옥 공사업도 일반 건축과 마찬가지로 취급해 복수의 하도급이 생기고 품질도 떨어집니다. 한옥공사업으로 따로 정책을 마련해 공사 발주시 한옥공사 전문가가 공사할 수 있도록 해야 올바른 한옥의 보급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그는 앞으로 경찰서, 파출소, 학교 등 3층까지 설립이 가능한 공공한옥건축의 보급을 위해 명지대 주관으로 서울대, LH, 미래동양대학과 협업해 내년부터 실증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소규모 주택으로만 이해되던 한옥의 개념과 외연을 넓히겠다는 생각에서다. 또한 현영종합건설은 서울 성북구에 장애복지재단인 사회복지법인 승가원의 새 보금자리 승가원희망행복마을을 건립하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4층, 연면적 4562m²의 대규모 한옥 건축물이다. 그는 “이 시설은 대한민국 최초의 한옥형 복지시설이며 신한옥이 가야 할 기법이 총망라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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