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휘발유의 L당 판매가격이 3년 반 만에 1600원 선을 넘어섰다. 최근 석유 생산국들이 증산을 논의하면서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것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국제 유가가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정유업계는 설명하지만 소비자들은 가격 책정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25일 기준 전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601.1원으로 전날보다 2.72원 올랐다. 휘발유값이 1600원대로 올라선 것은 2014년 12월 28일(1601.86원) 이후 처음이다. 휘발유값은 주말인 26일 소폭 하락했다가 27일 다시 0.65원 올라 L당 평균 1601.56원에 이르렀다. 27일 기준 전국 일일 평균 경유 가격은 L당 1402.16원으로 집계됐다. 마지막으로 1400원대를 보인 것은 2014년 12월 31일(1405.38원)이었다.
연일 상승하던 국제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이 증산을 논의하면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2.83달러(4.0%) 내린 67.88달러로 거래를 마쳤으며 중동산 두바이유도 배럴당 1.25달러(1.62%) 내린 75.78달러에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부 장관은 24일(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경제포럼에서 하루 평균 약 100만 배럴 원유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은 “산유국들이 6월 22, 2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장관회의에서 생산 제한을 단계적으로 완화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가 떨어졌지만 국내에 반영되기까지는 2∼3주가 걸린다. 원유는 배로 운송하기 때문에 하락한 국제 유가는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된다. 게다가 국내 휘발유와 경유값을 결정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5월 한 달간 10% 가까이 올랐다. 이에 따라 국내 유가는 6월에도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휘발유 경유 등의 소비자 가격은 정유회사가 정한 도매가격에 소매점인 주유소의 마진 및 비용을 더한 것이다. 이 가격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 주요 기관들은 국제 유가 하락이 일시적이며 올 2, 3분기까지는 유가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27일 내놓은 해외 경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당초 배럴당 63.4달러로 예상했던 올해 브렌트유 평균 전망치를 배럴당 70.4달러로 상향조정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63.4달러에서 70.6달러로 연간 가격 전망치를 높였다. 다만 이들 기관은 미국의 원유 증산 조치 등으로 4분기에는 유가가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유가 상승 원인에 대해 “미국이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란의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고 글로벌 경기 개선에 따라 수요가 늘면서 석유 재고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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