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노’ 브랜드의 국내 첫 모델인 소형 해치백 ‘클리오’는 세련된 외관 디자인과 깔끔하고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실내 인테리어를 바탕으로 20, 30대 젊은층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소형 해치백 ‘클리오’ 시승 행사가 있던 17일. 시승을 앞두고 기자는 클리오가 한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하는 쪽이었다. 클리오는 1990년대 최초 출시 이후 전 세계에서 1400만 대가 팔린 인기 모델이지만 한국 시장은 유독 해치백 차량의 판매량이 저조해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르노 관계자는 “클리오는 일단 한번 타 보면 진가를 알 수 있다.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말을 깨기 충분한 차”라고 자신했다.
우선 차량에 올라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소형차지만 출발할 때 힘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소형차라서 엔진의 출력과 토크가 ‘강력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클리오는 도심에서 엔진을 최대한으로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에 착안해 출발 및 초반 가속에서 엔진이 최대한 힘을 낼 수 있도록 했다. 바람을 서서히 내뱉는 것이 아니라 초반부터 ‘훅’ 하고 강하게 내뿜는다고 비유할 수 있다.
이날은 아침부터 비가 왔다. 도로가 미끄러웠지만 차체가 낮고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디자인 덕분에 주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비가 오는 도로여서 자칫 차량이 밀릴 수도 있었지만 코너에서 속도를 내봤다. ‘오, 좋은데’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핸들을 꺾자마자 바로 반응을 한다는 느낌이었다. 차가 좌우로 밀리지 않았다. 코너링을 할 때 속도를 좀 더 내면 위험하겠다는 느낌보다 익숙해지면 더 재미있게 주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비는 동급 최고 연비로 L당 17.7km다. 이는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다. 운전 습관에 따라 연비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 이날 르노 측은 시승자들 몰래 연비 테스트를 했다. 시승이 끝난 뒤 탑승 차량에 기록된 연비를 비교하는 이벤트였다. 기자가 2시간 남짓 시승을 하고 난 뒤 잰 연비는 L당 약 19km였다. 디자인은 ‘누구나 한번은 고개를 돌릴 만한 차’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양쪽에 램프가 크게 달려 있고 중간에 로장주(마름모 모양의 르노 엠블럼)를 넣어 차를 돋보이게 한 전면부 디자인과 차량의 아랫부분으로 내려올수록 양옆으로 볼륨을 살려 안정감을 준 후면 디자인이 돋보였다.
클리오는 ‘수입차이지만 수입차가 아닌’ 장점을 가졌다. 터키 공장에서 만들어진 수입차지만 애프터서비스(AS)는 국내 르노삼성과 연결돼 있어 AS를 받을 수 있는 곳이 다른 수입차에 비해 월등히 많다. 부품 공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수리비가 비싼 수입차의 일반적인 단점은 없는 셈이다. 클리오는 일단 한번 타보면 사고 싶다는 생각이 충분히 드는 차였다. 다만 폴크스바겐 폴로나 푸조 208, BMW 미니 등 경쟁 모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차 자체는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과제는 고객들을 일단 클리오에 타게 하는 마케팅이다. 판매가격은 1990만∼2330만 원으로 경쟁 모델에 비해 저렴하다. 20, 30대 젊은층을 공략하기엔 매력적인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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