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고 더 싸게” 은행권 고객 쟁탈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0일 03시 00분


앱 없이 메신저로 계좌이체, ‘중금리 대출’ 금리 인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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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민철 씨(30)는 이달 초 대학 동기들과 모임을 만들고 매달 회비를 모으기로 했다. 그는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을 켜는 대신 카카오톡 메신저에서 곧바로 스마트폰 자판에 있는 SC제일은행 마크를 눌렀다. 그러자 메신저의 자판 화면이 계좌이체 창으로 바뀌었다. 이 창에서 모임 회장을 맡은 친구의 연락처를 선택하고 금액과 비밀번호를 4자리를 입력했다. 회비를 계좌이체하는 데 5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시중은행들이 앱 없이도 계좌이체와 조회 등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중금리 대출’의 금리를 경쟁적으로 내리고, 나라 밖으로 돈을 보내는 해외송금 서비스의 수수료도 잇달아 낮추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1년이 지나면서 은행권의 서비스, 가격 경쟁은 훨씬 더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경쟁으로 고객들의 혜택과 편의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뜨거워진 은행권 ‘이체’ 경쟁

최근 SC제일은행과 신한은행은 ‘키보드뱅킹’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았다. 이는 은행 앱에 들어가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자금 이체, 계좌 조회 등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스마트폰 메신저로 대화를 하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다가 손쉽고 빠르게 돈을 보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기존에는 은행 앱을 켠 뒤 공인인증서 비밀번호와 상대방 계좌번호를 입력하고 비밀번호를 다시 한 번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계좌이체 절차를 키보드 버튼 하나로 압축해 고객들이 빠르고 편리하게 돈을 보낼 수 있게 만들었다. 최근 가입자가 3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도 메신저 기반 뱅킹 플랫폼인 ‘리브똑똑’에서 빠른 이체 서비스를 선보였다. 해당 메신저에서 대화 도중 ‘\’ 버튼을 이용하면 바로 돈을 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메신저 대화를 하다가 ‘\20000’을 입력하면 상대방에게 바로 2만 원이 이체된다. 신한은행은 이달 초 기업·개인사업자를 위한 ‘연락처 이체’ 서비스도 시작했다. 기업·개인사업자가 사전에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등록해두면 계좌번호 없이도 돈을 보낼 수 있는 서비스다.

중금리 대출 쟁탈전 치열

중금리 대출 전쟁에도 불이 붙었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금리 대출 상품의 금리를 내리자 시중은행도 관련 상품의 금리를 내리거나 신상품을 내놓았다. 중금리 대출은 4∼6등급의 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개인 신용대출 상품이다. 케이뱅크는 이달 중순 ‘슬림K 신용대출’의 가산금리를 연 3.45∼7.25%에서 3.40∼6.65%로 0.6%포인트 내렸다. 카카오뱅크도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품인 ‘비상금 대출’의 금리를 0.4%포인트 낮췄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안정적인 신용 평가를 받는 데다 최근 증자까지 성공해 자금 여력이 생겼다”며 “중금리 대출을 통해 영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의 금리를 내리자 시중은행도 ‘고객 지키기’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최근 청년·고령층 고객을 대상으로 사잇돌중금리 대출의 금리를 인하했다. 만 29세 이하 청년층과 만 65세 이상 고령층이 해당 상품을 이용할 때 우대금리를 0.2%포인트 추가한 것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중금리 상품인 ‘NH e직장인중금리대출’을 내놓았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사잇돌대출 같은 정책금융 상품이 아니라 시중은행이 무보증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은 것은 농협은행이 거의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송금 수수료도 줄줄이 내려

해외송금 서비스도 경쟁이 뜨겁다. 케이뱅크는 최근 해외송금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인 건당 5000원으로 내렸다. 송금 절차도 송금 국가와 금액, 받는 사람, 보내는 사람 등 3단계로 간소화했다. 기존에는 상대방의 해외 계좌 정보와 은행 이름, 은행 주소, 스위프트(국제은행간통신협회) 코드 등을 입력해야 했다.

시중은행들은 특정 국가를 중심으로 간편 해외송금 서비스를 내놓으며 맞서고 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최근 상대방의 전화번호나 송금번호, 영문 이름만 알면 베트남으로 돈을 보낼 수 있는 간편 해외송금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시중은행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혜택은 고객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맞서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개선하고, 더 빠르고 더 싼 서비스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비스 경쟁이 활발해지면 일단 고객 편의성이 높아진다. 이와 함께 새로운 서비스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고객 선택권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인터넷전문은행#이체#중금리 대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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