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존속 모비스 가치 고평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보류
자율차 전장부품 기술력 인정받아
업계 “경쟁력 의심하는 시장에 미래 가치 보여주려 던진 메시지”
현대모비스가 올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올해의 협력사’로 선정됐다고 29일 밝혔다. 현대모비스가 GM의 ‘올해의 협력사’로 뽑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GM은 모비스가 공급하는 전장 부품 기술력을 높게 평가했다. 전장 부품은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각종 주행보조기술과 전자제어시스템을 작동시킬 많은 전장 부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장 부품은 잠정 중단된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개편안에 따라 모비스를 분할했다면 존속 모비스에 남는 핵심 분야 중 하나였다.
현대모비스가 GM에 공급하는 대표적인 전장 부품은 통합스위치모듈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센터페시아에 자리해 멀티미디어와 공조장치를 제어한다. 모비스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GM에서 해당 부품을 11억 달러(약 1조1880억 원)어치 수주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모비스의 핵심 자동차 부품 공급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13년부터 미국 피아트크라이슬러(FCA)로부터 디스플레이형 멀티미디어·공조제어 장치를 수주해 공급하고 있다. 2015년에는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에서 통합스위치모듈을 수주했다. 올해는 중국 현지 5대 완성차 업체 중 한 곳과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원래 29일은 현대모비스 임시 주주총회 개최일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이 3월 발표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따라 현대모비스를 분할하는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었다. 주총 개최를 8일 앞둔 21일 현대차그룹은 개편안을 잠정 보류했다. 주총도 취소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주총 무산을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을 시작으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달아 개편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개편안 추진을 중단해야 했다.
엘리엇과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 의견을 내며 내세운 주요 이유는 글로비스와 합쳐지는 모비스 분할 부문의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것. 존속 부문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매겨졌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과 모비스는 개편안 발표 이후 존속 모비스가 미래차에 들어갈 부품을 핵심 사업으로 하며 성장성이 크다고 강조했지만 투자자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기 이익을 중시하는 투자 세력들은 존속 모비스 미래 가치에 대해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고 결국 개편안 보류로 이어졌다”고 평했다.
사실 GM이 공식적으로 올해의 우수 협력사들을 발표한 건 4월 말이다. 당시에는 모비스가 선정된 사실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분할안 처리가 무산된 주총일에 존속 모비스가 가졌을 부품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단 사실을 알린 건 경쟁력에 의구심을 품은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 추진을 중단하며 추후 개편안을 다듬어서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현대차그룹이 모비스 분할을 기본으로 하는 개편안을 재추진한다면 존속 모비스의 미래 경쟁력을 보다 확실하게 입증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전장 부품 같은 미래차 부품 기술력과 이를 해외 업체에 공급하는 실적은 핵심적인 증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존속 모비스가 보쉬 같은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와 견줄 잠재력을 가졌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개편안은 또다시 지지를 못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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