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 논란]최저임금 올리자 일용직 등 타격
하위 20% 月근로소득 13% 감소, 보조금은 21% 늘어… 사상 첫 추월
우리나라에서 소득 하위 20%인 가구가 정부 등으로부터 받는 지원금(이전소득)이 처음으로 근로소득보다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이 일자리 감소의 직격탄을 맞아 근로소득이 줄어들고 그 대신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이전소득은 59만7000원으로 근로소득(47만2000원)보다 많았다. 이전소득은 정부가 무상으로 지원하는 소득을 의미한다. 1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이 근로소득을 넘어선 것은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이다. 1년 전과 비교할 때 이전소득은 역대 최대로 늘어난 반면 근로소득은 사상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이들 가구의 이전소득은 1년 전(49만1000원)보다 21.6%나 뛰어오른 반면 근로소득은 1년 전(54만500원)보다 13.3% 줄어들었다.
저소득층의 이전소득이 늘어난 것은 정부 보조금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 성장의 결과로 해석된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서 영세자영업자 등이 어려움에 처하자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임금인상분을 보전해줬다. 또 근로장려금(EITC)의 가구당 최고 금액을 인상하고 청년과 신혼부부의 전세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을 내놨다.
근로소득이 쪼그라든 것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시직과 일용직 일자리가 감소하고 근로시간도 단축돼 저소득층의 소득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경제활동을 하기 힘든 70세 이상 고령층 비중이 크게 늘어난 데다 무직 또는 수입이 적은 일용직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서비스업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면서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늘면서 저소득층이 주로 일하는 숙박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남북관계 개선으로 전체 소비심리는 회복되는 모습이지만 유독 저소득층의 소비심리만 얼어붙은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한국은행의 소비자심리지수에 따르면 월소득 100만 원 미만 가구의 생활형편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93으로 전월 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100만∼200만 원의 소득을 올린 가구는 지난달 100에서 이달에는 95로 더 크게 떨어졌다. 소비자동향지수는 100보다 크면 6개월 후의 경기가 좋을 것으로, 100보다 작으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은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경향을 보였다. 소득이 200만 원 이상인 가구의 소비자동향지수는 상승하거나 지난달과 같았다. 또 이 지수는 100을 넘어 생활형편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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