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 TV는 중국산과 격차를 벌렸지만 스마트폰은 중국 기업에 판매량을 역전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브랜드, 같은 전자제품군인데 TV와 스마트폰의 운명이 엇갈린 셈이다.
3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1분기 세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8.6%의 점유율(매출액 기준)로 1위를 지켰다. LG전자와 일본 소니가 각각 17.9%와 9.1%로 2, 3위였다.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1∼3위 업체는 점유율이 1∼3%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4, 5위인 중국 TCL(5.8%)과 하이센스(5.3%)는 각각 0.4%포인트와 1%포인트 줄었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등 메이저 업체들이 초대형·초고화질 프리미엄 TV 위주로 라인업을 꾸린 것이 중국산과의 격차를 벌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한다. 중국 기업들의 출하 대수는 늘고 있지만 대부분 저가형 제품이라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 LG전자, 소니는 1분기 65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에서 합계 점유율 74.1%를 차지했다. 특히 올해 들어 ‘초대형’ 전략을 내세운 삼성전자는 65인치 이상 시장에서 39.4%를 차지하면서 1년 전보다 점유율을 5.7%포인트 끌어올렸다. 올해 75인치 이상 퀀텀닷디스플레이(QLED) TV 모델을 두 배로 늘리며 40인치대 모델은 없앴는데, 삼성전자의 승부수가 시장에서 먹힌 셈이다. 대당 2500달러 이상인 이른바 프리미엄급 TV 시장에서도 이 3개 업체의 점유율 합계는 90.0%였다.
반면 29일(현지 시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발표한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5%로 1위 자리는 지켰지만 전년 동기보다 점유율은 0.3%포인트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3∼5위인 화웨이(10.5%)와 샤오미(7.4%), 오포(7.3%) 등 중국 업체들은 점유율 합계를 전년의 20.6%보다 4%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며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눌렀다. 2015년 1분기 삼성전자는 24.1%, 중국 3사는 11.8%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던 게 2016년 1분기 23.2% 대 17.2%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결국 역전된 것이다.
같은 삼성 브랜드인데도 처한 상황이 다른 이유로 전자업계에선 TV와 스마트폰의 제품 특성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우선 스마트폰은 1, 2년 쓰지만, TV는 최소 7년 이상 쓰는 제품으로 상대적으로 교체주기가 길다. 또 스마트폰은 주로 이동통신사를 통해 월 단위 할부로 구입해 쓰는 반면 TV는 수백만 원을 한 번에 주고 구매한다. 한번 사면 오래 쓰고, 큰 비용이 들어가는 제품이다 보니 소비자들이 신뢰도 있는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 TCL은 일본의 ‘도시바’ 상표권을 사들여 유럽 시장에선 도시바 브랜드를 내걸고 제품을 팔고 있다. 2016년 일본 ‘샤프’를 인수한 대만 훙하이(폭스콘)가 미국 시장에서 샤프 상표권을 갖고 있는 하이센스와 1년 가까이 상표권 반환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TV 패널이 대형화될수록 영상 화질 등의 기술력 차이가 도드라지기 때문에 소비자로선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로 신중하게 구매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점도 삼성 TV 점유율 급등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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