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키운다면서… 韓 IoT 투자 내리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1일 03시 00분


최근 10년간 투자액 11조원 그쳐… 美의 90분의 1, 中의 10분의 1 불과
“투자 늘리고 M&A 규제 풀어야”

최근 한국 정부와 기업이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투자와 관련 인수합병(M&A)은 선진국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사물인터넷(IoT) 분야 투자액이 미국의 약 90분의 1, 중국의 약 10분의 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미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관련 기업들이 자유롭게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하도록 정부가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3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008∼2017년 한국과 미국, 중국, 독일, 일본의 사물인터넷 분야 투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기간 전 세계의 사물인터넷 분야 투자 건수는 총 3631건, 누적 투자금액은 1560조 원이었다. 국가별 투자에서는 최근 10년간 사물인터넷에만 총 1078조 원을 투자한 미국이 단연 선두였다. 이어 중국(113조 원)과 독일(17조 원)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11조 원에 그쳤다. 이웃 나라 일본은 한국보다 적은 4조 원이었다.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은 사물인터넷 투자액이 급증하는 반면에 한국은 2014년을 정점으로 투자가 감소세라고 분석했다.

관련 분야 인수합병에서도 한국은 경쟁국에 밀리는 처지였다. 연구원이 최근 10년간 전 세계에서 이뤄진 사물인터넷 관련 기업 인수합병 사례를 분석한 결과 상위 10건 중 미국이 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 핀란드, 중국, 독일, 한국은 각 1건씩이었다. 가장 규모가 컸던 인수합병 사례는 2016년 일본 소프트뱅크가 35조7920억 원에 영국 ARM홀딩스를 인수한 건이었다. 한국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미국 하만인터내셔널을 11조 원에 인수한 사례가 7위에 올랐다.

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사물인터넷 시장은 2016년 6000억 달러(약 648조 원)에서 2022년 1조8000억 달러(약 1944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선점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기업들도 인수합병,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50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인수합병이 증가하고 있다. 관련 분야의 연간 인수합병 거래는 2008년 30건에서 지난해 122건으로 늘었고, 거래 규모도 같은 기간 4조 원에서 40조2000억 원 규모로 증가했다.

장현숙 무협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점차 시장구조, 사업모델도 변해갈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정부는 관련 분야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iot#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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