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 신호탄?… 삼성생명-화재, 전자 지분 1조3851억 매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31일 03시 00분


2700만주 장외매매 ‘블록딜’ 처분
지분 각각 7.9%, 1.4%로 낮아져… 10% 제한하는 금산법에 선제 대응


삼성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약 2700만 주(1조3851억 원)의 매각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이 비(非)금융 회사의 지분을 10% 넘게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정한 ‘금산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의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 부응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30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이 매각하는 주식은 2298만 주(약 1조1791억 원), 삼성화재 매각 주식은 402만 주(약 2060억 원)이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약 0.4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8.27%에서 7.92%로, 삼성화재의 섬성전자 지분은 1.45%에서 1.38%로 줄어든다.

이번 조치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방침에 따른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연내에 자사주 899만 주(40조 원어치)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각이 끝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9.72%에서 10.45%로 늘어 10%를 넘어서게 된다. 현행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은 그룹 금융계열사의 제조계열사 지분 보유를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번에 지분을 매각하면 소각이 끝나도 두 회사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9.99%로 금산법을 맞추게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매각의 목적이 단순히 금산법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골격을 바꾸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재 취득원가로 계산하는 보험사의 보유 주식을 시가로 평가해야 하고, 시가로 평가한 주식 가치는 총자산의 3%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은 20조 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한다.

최근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고위 당국자들도 잇달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팔라”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정부의 잇단 압박이 나온 직후 이번 매각이 결정되면서 삼성 측이 정부에 일종의 ‘성의 표시’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산법 10% 제한은 연말까지만 맞추면 되지만 이를 한참 당겨서 했다는 점에서 성의 표시를 했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관련해 시간을 번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산법 리스크를 조기에 해소하기 위한 조치”라며 “신국제회계기준(IFRS17) 등을 감안해 재무 건전성 차원에서 지분 추가 매각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지분 매각은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 맡았다. 이날 삼성전자 종가(4만9500원)에서 최대 2.42% 할인된 가격에 매각되면서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블록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모 mo@donga.com·박성민 기자
#삼성#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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