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국내 30대 그룹 인건비는 꾸준히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3일 한국경제연구원은 2012∼2017년 국내 30대 그룹 상장사 182곳의 인건비, 재무실적을 분석한 결과, 5년 간 1인당 인건비가 1292만 원 오를 동안 1인당 매출액은 5732만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기업 성과와 임금이 따로 움직이고 있다. 생산성을 반영한 임금체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 결과 2012년 1인당 인건비는 7841만 원이었고, 지난해에는 9133만 원이었다. 5년 동안 인건비는 한 번도 하락한 적 없이 매년 꾸준히 조금씩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매출액은 줄었다. 1인당 매출액은 2012년 10억7547만 원에서 매년 하락해 2016년 9억4248만 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반등에 성공해 10억1815만 원으로 7567만 원 늘었지만 5년 전 수준은 회복하지 못했다.
1인당 매출이 감소세인 까닭은 매출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근로자 수와 인건비가 늘어나는 속도가 빨랐기 때문이다. 5년 동안 매년 매출은 0.3%씩 늘었지만 근로자 수는 1.4%씩 늘었다. 30대 그룹의 고용은 2012년 78만7662명에서 지난해 84만3765명으로 늘었다.
연구원은 매출 총액이 늘어난 것도 반도체 쏠림 현상에 기인했다고 봤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180개 기업의 매출 총액은 매년 0.8%씩 줄었다. 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은 “조사기간 30대 그룹 상장사 중에서는 반도체 등 극히 일부 분야를 제외하곤 모두 실적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기업의 영업이익도 반도체를 제외하면 5년 동안 1%대 증가율에 머물렀다. 2012년 30대 그룹 상장사의 1인당 영업이익은 7125만 원이었는데 지난해 1억606만 원으로 3481만 원 늘었다. 하지만 반도체를 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같은 기간 1인당 영업이익은 5651만 원에서 5730만 원으로 79만 원밖에 늘지 않았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반도체 2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매출, 영업이익은 4, 5년 전으로 복귀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와중에 인건비는 기업의 실적과 관계없이 꾸준히 늘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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