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신흥국 자본유출-금융불안 재연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5일 03시 00분


美 금리인상 따른 충격 경고나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긴축 발작(taper tantrum)’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 3월만 해도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봤지만 최근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에서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안심할 수 없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4일 열린 한은(BOK) 국제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면서 “2013년 긴축 발작 당시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신호가 신흥 시장국의 급격한 자본 유출과 국제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했다”며 “현재 선진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급격한 자본이동과 시장 불안은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최근 일부 신흥국에서 발생한 금융 불안에 주목했다. 미국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를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한 국가의 정책 변화가 금융시장과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영향이 다시 국내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터키는 통화 가치가 폭락했다. 브라질 헤알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등의 가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가 지금보다 더 오르고 그 결과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 신흥국 금융시장이 흔들려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일부 가시화한 것이다.

여기에 12, 13일(현지 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융시장이 또 한 번 출렁거릴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고된 조치지만 신흥국 불안이 커진 상황인 만큼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가 우려하는 ‘6월 위기설’도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한은은 종전에는 금융 불안 가능성을 낮게 봐왔다. 5년 전 위기를 겪은 신흥국들이 외환보유액을 늘리며 대비해왔고 세계 경기가 회복기에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지난해 7월 “긴축 발작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일부 신흥국의 금융 시장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크게 불안해지자 한은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은은 지난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의결문에서 향후 고려 요인 중 1순위로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를 꼽았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1.50%이며 미국은 연 1.50∼1.75%다. 이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한미 간 기준금리 차가 더 벌어진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최근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해 신흥국 중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이주열#금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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