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 시간) 아일랜드 스워즈시에 위치한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에서 직원들이 원료들이 서로 화학 반응해 원료의약품을 만드는 회분식 반응기에 원료를 투입하고 있다. SK(주) 제공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북쪽으로 약 30분을 차로 달리니 스워즈시에 위치한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이 나왔다. SK㈜의 자회사인 SK바이오텍 원료의약품 생산 공장으로 아일랜드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의 제약 생산시설이다.
아일랜드는 노바티스, 화이자 등 대부분의 글로벌 제약사들의 생산 공장이 들어서 있는 세계 바이오산업의 심장부다. 정부의 세제 감면, 바이오 전문 인력 양성, 영어권 국가 등 3박자가 맞아떨어져 글로벌 톱10 제약사 중 9곳이 아일랜드에 유럽 본사를 세웠다.
SK바이오텍은 글로벌 제약업체 브리스틀마이어스스퀴브(BMS) 소유였던 이 공장을 지난해 6월 1700억 원에 인수했다. 이곳에서 항암제, 당뇨치료제, 심혈관제 등 고령화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원료의약품을 한 해에 8만1000L 규모로 생산해 북미와 유럽 시장에 공급한다.
5일(현지 시간) 방문한 ‘P7’ 생산라인에서는 당뇨치료제의 원료의약품 생산이 한창이었다. 장갑을 낀 직원이 유리벽으로 된 상자 ‘글로브 박스’에 손을 넣어 박스 안의 물질을 ‘회분식 반응기(Batch Reactor)’로 옮겼다. 회분식 반응기란 용매, 촉매제 등 다양한 화합물질을 혼합하는 기계다. 통상 4, 5종류의 물질이 투입된다. 큰 솥단지 모양의 반응기 안에서 물질들이 화학반응을 거치면 각각의 분자구조를 갖춘 원료의약품이 만들어진다. 김현준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장(상무)은 “연간 500만 명 분량의 당뇨치료제 원료의약품이 생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치료제는 SK바이오텍 아일랜드가 주력하고 있는 원료의약품으로, 이 공장 전체 생산량의 40%를 차지한다.
SK는 최태원 회장의 주도로 1990년대 후반부터 바이오 사업을 꾸준히 육성하고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SK바이오팜과 의약품 위탁 생산을 맡은 SK바이오텍이 양 축이다. SK는 중장기적으로 연구개발(R&D)에서 생산 판매 마케팅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종합제약사(FIPCO)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SK바이오텍에 기대가 큰 이유는 의약품 위탁생산업체(CMO)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 때문이다. 제약사들의 원료의약품 생산 아웃소싱이 확산되면서 2025년까지 CMO 시장이 연평균 7%씩 고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구 SK바이오텍 대표이사(사장)는 “의약품 개발은 실패 확률이 높지만 의약품 위탁 생산은 안정적으로 영업이익률을 낼 수 있다. 평균 영업이익률이 30%이고, SK바이오텍도 매년 26%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며 “제약회사들의 위탁 생산 추세가 확산되면서 성장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일랜드 정부 지원도 공장 입지를 강화시켜 준다. 아일랜드는 유럽에서 가장 낮은 12.5%의 법인세율에 더해 연구개발에는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아일랜드 투자청(IDA)은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 직원들의 교육비도 일부 지원하다. 아일랜드 정부는 2011년 740억 원을 100% 출자해 바이오 의약품 전문 생산 인력을 양성하는 국립 바이오공정 교육 연구소(NIBRT)도 설립했다. 이 기관은 화이자, BMS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박 대표는 “기술특화교육 기관과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어 대학 졸업 후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을 정도의 전문 인력이 많다는 것이 아일랜드의 매력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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