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중전기기 제조업체 ㈜광명전기 이재광 회장(59)은 4일 서울 송파구 오금로에 위치한 광명전기 서울사무소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달 16일 ‘월드클래스 300’ 업체로 선정됐다. 월드클래스 300은 정부가 글로벌 강소기업 300개 사를 육성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 선정된 업체는 정부로부터 5년간 매년 15억 원까지 연구개발(R&D) 비용과 해외 마케팅비 등을 지원받는다.
광명전기의 지난해 매출은 1051억 원. 이를 2500억 원까지 키우기 위한 세부 방안은 이미 마련돼 있다. 우선 정부 지원 등을 활용해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동남아시아나 중동지역의 전력 계통 특성에 맞는 제품도 개발해둔 상태다.
R&D 부문 경쟁력 강화에도 공을 들일 예정이다. “현재 직원이 200명 정도인데 앞으로 5년간 R&D 관련 인력을 50명 이상 더 채용할 계획입니다.”
이 회장은 정부 지원도 촉구했다. “광명전기 단독으로는 해외에 나가기 어렵습니다. 수출대금을 떼일 위험도 있는 데다 현지 제도나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중소기업 수출보험 확대를 위해 노력한다면 중소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수출에 나설 것입니다.”
광명전기는 1955년 설립 이후 중전기기에만 집중해 온 ‘히든 챔피언’이다. 400여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중전기기 업계에서 중견기업으로는 선두 업체다. 주력 제품인 수배전반과 가스절연개폐장치(GIS), 개폐기류뿐 아니라 원자력 전기설비 기술까지 두루 갖췄다. 최근엔 태양광발전시스템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광명전기는 지난해 9월 에너지밸리 내 나주혁신산업단지에 생산공장을 신축했다. 제2의 도약을 위한 결정이었다. 에너지밸리는 2014년 한국전력이 본사를 전남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인근 광주와 나주 일대에 조성 중인 에너지 신산업 중심 산업 클러스터이다.
광명전기는 최근 주식시장에서 ‘경협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남북 경제협력이 활발해지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회장은 “북한의 전력 사정이나 철도 시설이 좋지 않으니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관심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활짝 웃었다.
이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1982년 광명전기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1993년 회사를 떠나 자기 사업을 일궜다. 반면 친정인 광명전기는 외환위기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청춘을 바친 회사가 무너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기에 그는 2003년 자기 사업을 매각하고 광명전기를 인수했다.
인수 당시 매출 300억 원이던 광명전기는 현재 태양광발전시스템 개발 시공회사 광명에스지, 전력 정보기술(IT) 전문 기업 피앤씨테크 등을 거느린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2004년 인수한 피앤씨테크는 2016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광명전기는 1990년 거래소에 상장돼 현재도 거래되고 있다. 이 회장은 “앞으로도 기술력이 좋은 회사는 적극 인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 대변인’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목소리를 많이 낸다.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2015년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던 그는 내년 2월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 현 집행부가 중소기업의 최대 현안인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에 대해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장의 어려움을 파악해 정부 정책에 반영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정부에 끌려 다니고 있어 아쉽다. 이를 바로잡고 싶다”는 게 출마의 변이다.
그는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한국 경제의 근간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장사가 안 돼 일거리가 없는데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만 일부 차단해도 많은 중소기업들이 혜택을 받는다”면서 “현장 중심의 중소기업 정책을 펼쳐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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