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효능 앞세워… 제약사들, 화장품 시장 ‘노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1일 03시 00분


화장품+의약품 ‘코스메슈티컬’ 돌풍
상처 연고제 성분으로 피부 보호… 동국제약 ‘마데카크림’ 성공신화
대웅-일동제약도 매출 큰폭 상승… 동화-광동은 한방제품 선보여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드러그스토어 랄라블라는 4월부터 ‘코스메슈티컬(cosmeceutical)’이란 이름을 붙인 매대를 운영하고 있다. 코스메슈티컬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전용 코너를 만든 것이다.

코스메슈티컬이란 ‘화장품(cosmetics)’과 ‘의약품(pharmaceutical)’의 합성어다. 의학적으로 검증한 성분을 넣은 화장품을 의미한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1∼5월 랄라블라의 코스메슈티컬 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30곳이 넘는 국내 제약사가 화장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검증된 제품을 피부에 사용하려는 소비자 수요가 높아지면서 국내 제약사의 화장품 브랜드 출시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제약업계에서 이런 추세가 뚜렷해진 것은 동국제약이 큰 성공을 거둔 영향이 컸다. 동국제약이 2015년 만든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는 지난해 600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동국제약의 지난해 총매출(3547억 원)에서 17%를 차지하는 새 사업 동력이 된 것이다. 대표 제품인 ‘마데카크림’은 상처 연고제 ‘마데카솔’에 들어가는 주성분인 센텔라아시아티카 추출물이 들어간 제품이다. 콜라겐 생성을 촉진하고 피부 보호 효과를 높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선케어와 남성 라인까지 제품군을 확대했으며, 유럽 진출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인기리에 팔리는 코스메슈티컬 상품은 제약사의 독자적인 물질을 강조한다. 대웅제약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피부재생성분 ‘EGF(상피세포성장인자)’가 든 화장품 브랜드 ‘이지듀’로 지난해 43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EGF는 환자의 피부재생을 위한 연고로 개발한 성분이었는데 화장품에도 적용했다. 대표제품인 ‘DW-EGF 크림’으로 지난해 매출 200억 원을 올렸다. 회사 측은 올해 전체 매출 1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로운 미생물인 프로바이오틱스 분야에 강점이 있는 일동제약은 화장품 브랜드 ‘퍼스트랩’에 이 성분을 적용했다. 프로바이오틱스 발효용해물을 통해 미백과 주름 개선에 도움을 준다. 퍼스트랩 프로바이오틱 마스크는 출시 6개월 만에 400만 장 이상 팔렸다.

새롭게 도전장을 내미는 제약사도 늘었다. 동화약품은 지난달 소화제 브랜드 활명수를 차용한 스킨케어 브랜드 ‘활명’을 출시했다. 활명수 성분 중 육계, 정향 등 5가지 생약성분을 쓴 게 특징이다. 광동제약도 지난달 ‘피부약방 더 오리진 크림’을 내놓았다. 천궁 당귀 지황 등 한방 원료에 효모 발효 기술을 적용한 물질이 들어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코스메슈티컬 시장 규모는 470억 달러(약 50조7600억 원)로 전년 대비 약 9% 성장했다. 국내 시장 규모는 약 5000억 원 선으로 시장 형성 초기 단계다. 제약사가 시장에 뛰어들고, 이에 질세라 화장품 기업들이 제약사를 인수하는 경향도 보이고 있어 코스메슈티컬 시장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별이 한국코스메슈티컬 교육연구소 소장은 “코스메슈티컬 제품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성분이 있어 피부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화장품이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을 수 있는 제품”이라며 “해외에 비해 피부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내에서는 특히 잠재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스메슈티컬 제품은 의약품과 같은 치료 효과까지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유의해야 한다.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의학적 효능#제약사들#화장품 시장#코스메슈티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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