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재현 회장 ‘초격차 전략’… 글로벌 영토 넓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2일 03시 00분


경영 복귀 1년만에 M&A-실적 성과


“2, 3등이 추격 의지를 잃을 정도의 경쟁력인 ‘초격차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이 됩시다.”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CJ인재원 강당에서 경영 복귀 1주년을 맞아 직원들 앞에 선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렇게 당부했다. 지난해 경영 복귀 일성으로 밝힌 ‘월드베스트 CJ’를 구체화하고 국내를 넘어 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의지를 다진 것이다.

세계 일류 기업을 향한 이 회장의 의지가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사업 재편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CJ대한통운과 CJ제일제당, CJ E&M 등 주요 계열사를 앞세워 CJ그룹은 동남아, 중국, 미국 시장의 주요 업체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 미국 업체 잇단 인수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그룹에서 최근 가장 활발히 M&A에 나서고 있는 계열사는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이다.

CJ대한통운은 최근 미국 DSC로지스틱스를 2314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DSC는 1960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설립된 식품 및 소비재 관련 물류 업체다. 미국 전역에 5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고 지난해 매출은 5784억 원이다. 현재 미국, 캐나다 등에 30개 물류 거점을 운영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은 이번 인수로 북미·남미 물류사업에 날개를 달게 됐다.

CJ대한통운은 2013년 중국 스마트카고 인수를 시작으로 ‘2020년 글로벌 톱5 물류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로 M&A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의 대형 식품업체 쉬완스컴퍼니 인수에 나섰다. 쉬완스컴퍼니는 1952년 아이스크림 업체로 시작해 현재 미국 전역에 400개 물류센터와 4500대 배송차량을 갖춘 대형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다음 달부터 CJ ENM으로 합병되는 CJ오쇼핑과 CJ E&M 역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CJ오쇼핑은 동유럽 최대 홈쇼핑 업체인 스튜디오 모데르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CJ E&M은 올해 하순부터 미국 현지에서 미국 제작사와 영화를 공동 제작해 북미에 배급한다.

○ 과감한 투자, 실적 개선으로 이어져

CJ가 대규모 기업 인수에 나서는 이유는 ‘월드 베스트’라는 회장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월드베스트 CJ란 우선 식품, 바이오, 물류, 엔터 중 3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위를 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업에서 1위를 달성하는 게 목표라는 의미다.

CJ는 2013년 이 회장이 구속된 뒤 사실상 사업 확장을 중단했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단 한 건의 M&A도 진행하지 않다가 지난해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뒤부터 과감한 투자와 내부 사업 재편을 통해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속도전을 시작했다. 2020년까지 물류, 바이오 등에 36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사업구조 개편은 지난해 11월 CJ제일제당부터 시작됐다. CJ제일제당은 바이오, 생물자원, 식품, 소재 등 4개 사업부문을 바이오와 식품으로 통합했다. CJ ENM은 불필요한 사업은 줄이고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CJ그룹의 이 같은 노력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올해 1분기(1∼3월) CJ제일제당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 늘어난 4조3486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CJ대한통운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난 2조14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CJ 관계자는 “지금까지 핵심 사업군의 성장을 위한 토대를 다졌다면 올해 말부터는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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