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종로구 대학로 SH아트홀 무대에 오른 창작 뮤지컬 ‘어메이징 컴퍼니’ 속 내용이다. 공연 티켓 사이트 게시판 후기에 ‘뮤지컬판 미생’,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란 글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뮤지컬이 코오롱그룹 사내 교육을 위해 제작됐다는 걸 눈치 챈 관람객은 거의 없었다. 송나리의 ‘끝장을 보자’ 대사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사진)의 올해 신년사 내용임을 알아챈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무대 위 사무실에는 올해의 코오롱 경영 슬로건 ‘캐치 2018’ 포스터가 걸려 있지만 코오롱 직원만 알아볼 정도였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5월 한 달 동안 전체 관람객 5300명 중 코오롱 임직원을 제외한 일반인 관람객이 1500여 명에 달했다. 그만큼 거부감 없이 직장인이면 즐겁게 볼만한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코오롱그룹은 2013년부터 혁신 의지를 되새기기 위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성공아카데미’를 운영해 왔다. 그룹 연수원에 들어가 1박 2일, 짧게는 4시간씩 교육을 받았다. 올해에는 진부한 방식을 벗어나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 회장이 강조한 경영방침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고 느끼며 교육의 효과를 보자는 목표를 정했다. 아예 전문 뮤지컬 극단에 의뢰해 창작 공연을 탄생시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지난달 1일 첫 무대가 열렸다. 극단과 함께 제작한 것이다.
이 회장은 올해 마곡 연구개발(R&D)센터를 개소하면서 특히 소통과 혁신을 강조해 왔다. 이 회장은 “서로 다른 팀끼리 협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이 내용도 뮤지컬에 담겼다. 팀 내에서도 견제가 일상화된 걸 본 팀장은 그간 상무의 눈치만 보느라 팀을 도외시한 걸 후회한다. 그러면서 “소통은 심통(心通)”이라며 팀원들을 다독인다.
코오롱그룹은 또 스마트폰 게임 ‘캐치팡’도 만들어 배포했다. 레벨업할 때마다 경영방침을 보여주고, 상품을 준다. 코오롱 관계자는 “경영진이 ‘소통은 마음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함에 따라 젊은 세대도 받아들이기 쉬운 방법을 찾다보니 뮤지컬을 만들고, 스마트폰 게임도 개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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