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채권시장은 최근 이탈리아를 주목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정치와 경제 불안이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ECB는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양적완화 중단 여부를 논의한다.
이탈리아의 조기 총선 실시 여부와 관계없이 연합정부 구성은 글로벌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새로 탄생할 연합정부가 직접 유럽연합(EU) 탈퇴에 나서지 않더라도 규제 완화 등의 방식으로 EU 체제의 변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가들에도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예측해볼 수 있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탈리아의 EU 탈퇴다. 이탈리아의 경제 규모는 유로존 3위에 해당한다. EU가 구제금융으로 연명시킨 그리스의 9.7배에 이른다. 지난해 이탈리아 국가 부채 규모는 2조6000억 달러(약 2782조 원)이며 국가채무 비율은 EU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높다.
결국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와 이에 따른 유로화 가치 폭락을 막기 위해선 독일과 프랑스 등 다른 유로존 국가들이 이탈리아의 부실을 메워줘야 하는 상황이다. EU는 ‘이탈리아의 EU 탈퇴 용인’과 ‘탈퇴를 막기 위한 재정 지원’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이탈리아 위기는 미국을 비롯해 주요 국가들의 통화정책 긴축 속도를 완만하게 조절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이는 미국의 국채 금리 급등과 같은 시장 변동성을 제한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위험자산 가격의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ECB가 내년까지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의 긴축 정책 의지가 약해지면 주요 선진국의 자금 흐름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럽과 일본의 낮은 금리를 피해 글로벌 자금은 미국 국채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 결국 미국의 장기금리 상승을 계속 제한할 수 있다.
이탈리아 국채 보유자의 65%가 내국인 투자자라는 점 때문에 시장의 매도세가 지속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ECB가 지속적으로 이탈리아 국채를 매입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 재정수지가 흑자로 전환한 것도 극단적인 시장 변동의 우려를 낮춰주고 있다.
다만 이런 긍정적인 전망은 이탈리아의 정부 구성이 완전히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크게 부각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향후 2, 3개월 동안은 연합정부 구성 등 정치권 이슈에 맞물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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