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18일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100원 선을 넘어선 데다 코스피는 3개월 만에 2,400 선 아래로 떨어졌다.
한국 경제가 안으로는 최저임금 급등 여파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밖에서 밀어닥치는 초강대국발(發) 행보에 영향을 받으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의 성장 대열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질 판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1원 오른 110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4거래일 동안 2.8% 오르며 지난해 11월 20일(1100.6원) 이후 처음 1100원대를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은 4월 초 1050원 선까지 떨어지며 원화 강세 분위기였지만 불과 2개월 만에 흐름이 역전됐다. 원화 약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 들어 2번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다 하반기 2번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강(强)달러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중국이 보복을 천명하면서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미중 간 갈등은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를 높이게 된다. 미중 간 갈등으로 글로벌 교역이 전반적으로 줄면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화 약세는 이런 우려가 먼저 반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도 원화 약세의 원인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아르헨티나, 터키 등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에서도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달러 강세 요인이 많지만 대부분 단기적”이라면서도 “한미 기준금리 역전 상황에서 원화가 약세 흐름을 보이면 외국인 자금 이탈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 원화 약세에도 수출기업 실적 악화 우려
통상 원화 약세는 국내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실적을 좋게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날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원화 약세에도 수출 기업들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내다팔았다.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회복보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문제라는 뜻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7.8포인트(1.16%) 내린 2,376.24로 거래를 마치며 올해 3월 5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2,400 선 밑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2.2%), SK하이닉스(―3.45%), 포스코(―2.47%) 등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렸다. 올해 2월부터 5조7000억 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투자자들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3% 하락한 840.23으로 마감했다.
여기에 고용, 투자, 소비 등 각종 지표가 부진해 한국 경제가 침체의 초입에 있다는 경고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불안 등을 이유로 올해 6월 수출금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와 환율이 복잡하게 얽혀 단기간에 문제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당국이 글로벌 자금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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