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 터미널, 컨테이너 운반-트럭 적재 無人으로 척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9일 03시 00분


미래 해운업 현장 가보니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RWG 터미널에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있다. 현대상선은 부산에서 출발해 유럽을 오가는 노선 운항을 
4월부터 새롭게 시작했다. 2020년이면 2만3000TEU급 초대형 선박 12척을 이 노선에 투입한다. 사진 속 선박은 
4300TEU급인데 이보다 5배가 넘는 배가 다니는 것. 2011년부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세계 해운 시장은 부활을 위해 
해운사와 항만 터미널 모두 대형화와 첨단화 경쟁에 돌입했다. 현대상선 제공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RWG 터미널에 현대상선 컨테이너선이 정박해 있다. 현대상선은 부산에서 출발해 유럽을 오가는 노선 운항을 4월부터 새롭게 시작했다. 2020년이면 2만3000TEU급 초대형 선박 12척을 이 노선에 투입한다. 사진 속 선박은 4300TEU급인데 이보다 5배가 넘는 배가 다니는 것. 2011년부터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세계 해운 시장은 부활을 위해 해운사와 항만 터미널 모두 대형화와 첨단화 경쟁에 돌입했다. 현대상선 제공
이달 8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 세워진 RWG(Rotterdam World Gateway) 터미널. 거대한 크레인이 이곳에 정박 중인 대형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를 쉴 새 없이 집어 올렸다. 크레인 중간에서 컨테이너는 한 차례 멈췄고 이내 다시 옮겨져 운반 차량에 실렸다. 컨테이너를 실은 운반 차량은 앞뒤 구분이 없었다. 운전석도 없었다. 자동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로 현장에서는 AGV(Auto Guided Vehicles)로 불렸다. AGV가 야적장에 컨테이너를 내려놓으면 컨테이너는 다른 운송 장비에 의해 트럭에 실렸다. 트럭에 컨테이너가 실리는 동안 트럭 운전사가 밖에서 대기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총면적 108만 m²의 거대한 터미널에서 외부에 나와 있는 현장 근로자를 본 건 이 트럭 운전사가 처음이었다.

○ 자동화 구축한 첨단 항만

2015년 9월 문을 연 RWG 터미널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시스템을 갖췄다. 선박에 실린 컨테이너를 크레인이 집는 최초 작업만 사람이 조종한다. 다른 터미널에서는 크레인마다 한 명씩 탑승해 작업하는 반면 이곳에서는 본부 건물에서 운전자 한 명이 크레인 두 개를 조종한다. 이후 터미널 외부로 가기 위해 트럭에 실릴 때까지 전부 무인(無人) 작업이다. 닐스 데커르 RWG 홍보 책임자는 “자동화를 더 많이 실현할수록 오류가 더 적어져 항만 터미널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터미널 자동화는 최근 세계 주요 항만 사이에서 큰 화두로 꼽힌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기술 수준이 높은 터미널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로테르담항은 유럽에서 가장 크지만 세계 6위 규모인 부산 신항보다는 작다. 하지만 자동화 수준은 반대다. 부산 신항에서도 최근 로테르담항에서처럼 무인 운반차량을 도입하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반발이 적지 않다. 무인 운반차량이 도입되면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로테르담항에서 컨테이너를 나르는 운반 차량(위 사진)과 함부르크항 운반 차량(아래 사진)의 모습. 로테르담항 운반 차량은 운전석이 없는 무인 차량인 반면 함부르크항 차량은 오른쪽 윗부분에 운전석이 달렸다. 현대상선 제공 / 함부르크=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로테르담항에서 컨테이너를 나르는 운반 차량(위 사진)과 함부르크항 운반 차량(아래 사진)의 모습. 로테르담항 운반 차량은 운전석이 없는 무인 차량인 반면 함부르크항 차량은 오른쪽 윗부분에 운전석이 달렸다. 현대상선 제공 / 함부르크=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10일 로테르담항을 출발한 현대상선 유니티호를 타고 11일 도착한 독일 함부르크항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함부르크는 오래전부터 무역항이 발달했다. 컨테이너선 터미널도 50여 년 전에 지어졌다. 오래된 만큼 자동화 수준이 높지 않다. 항만 야적장을 오가는 모든 컨테이너 운반차량에는 운전자가 타고 있다. 연간 140만 TEU(1TEU는 길이 6m짜리 컨테이너 1대)를 처리하는 함부르크항 유로게이트 터미널 근로자는 900명 정도다. RWG 터미널은 연간 235만 TEU를 처리하는데 근로자는 약 350명이다. 자동화를 이룬 RWG가 처리 물량은 1.7배에 달하지만 인력은 40%에 불과한 것이다. 토르스텐 마이어 유로게이트 영업 책임자는 “자동화 비중이 커지면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동일한 작업 효율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이는 수익성을 높이고 결국 신사업 개척을 통한 새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터미널 투자, 신노선 개척…한국 해운 부활 시동

글로벌 해운사들도 단순히 항만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첨단 터미널에 직접 투자를 해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RWG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해운사가 터미널 지분을 가지면 입항할 때 우대받을 수 있다. 정박 기간을 단축해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2011년 이후 글로벌 해운 시장은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상선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던 한진해운의 파산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불황 속에서 비용 절감을 최대 경영 목표로 삼았다. 터미널 투자를 비롯해 해운사 간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 불리기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인수가 불발되면서 경쟁에서 밀린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현대상선은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첨단 터미널에 대한 투자는 물론 신규 노선 확장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자가 동승한 로테르담∼함부르크 노선은 현대상선이 4월부터 새로 운항을 시작한 유럽 노선이다. 부산을 떠난 선박은 중국 대만 싱가포르 스리랑카를 거쳐 네덜란드 독일 영국을 돌고 다시 부산으로 향한다. 기존에는 머스크와 MSC 등 다른 해운사 배 일부 공간을 빌려 컨테이너를 나르던 노선이었다. 동북아∼유럽 노선은 유럽∼미국, 동북아∼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할 여력이 큰 노선이다. 현대상선이 최근 국내 조선업체들에 발주한 2만3000TEU급 초대형 친환경 선박 12척도 2020년부터 이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국 해운업과 조선업 부활을 위한 중요한 항해가 시작됐다.

로테르담·함부르크=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로테르담 터미널#해운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