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과 자영업자들이 주로 돈을 빌리는 저축은행의 신용대출이 10조 원을 넘어섰다. 5월 말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조2849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6%나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금융권의 신용대출 증가 폭(4.2%)을 두 배 이상 웃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가계대출 통계에서는 이런 수치를 찾아볼 수 없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급증하는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지난해 4월부터 발표하는 통계에는 저축은행, 보험,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 업권별로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을 중심으로 공개된다.
한국은행이 매달 내놓는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 통계도 마찬가지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에는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우체국, 저축은행이 모두 포함된다. 기타대출에는 신용대출뿐 아니라 토지나 상가 등 비(非)주택을 담보로 받은 대출까지 섞여 있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신용대출 10조 원’이라는 통계 수치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별도로 받은 자료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리 인상기를 맞아 취약 차주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뭉텅이식’ 통계만으로는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기 힘들다. 제2금융권 내에서도 업권별로 대출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올 1분기(1∼3월) 상호금융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5.0%, 저축은행이 20.63%일 정도로 대출자의 신용도는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가계부채 대책의 초점이 주택담보대출 관리에 맞춰져 있다 보니 주택대출과 나머지 대출로 나눠 통계가 발표돼 왔다”고 말했다.
불완전한 통계가 발표되면 시장에서는 왜곡된 해석이 나올 수 있고 정부가 자의적으로 통계를 해석할 여지도 생긴다.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였지만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가 맞물려 급증하는 신용대출에 대한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다. ‘대출 총량 관리’식의 처방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정교한 정보 공개를 기반으로 취약계층의 부실을 막을 수 있는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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