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대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정보기술(IT) 물류 스타트업 M사는 현재 홍콩에 있는 투자회사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투자회사의 모기업은 중국에서 배달 대행 사업에 투자 중이다. 중국 내 배달 대행 서비스는 싼 인건비가 장점이라면 M사는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홍콩 투자 회사는 M사에 관심을 보였다. 투자 계약이 성사된다면 M사와 중국 기업 모두 각자의 장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M사는 중국 등 해외 진출에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타트업인 M사가 해외 투자자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KOTRA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해외 투자 유치 지원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한 ‘인베스트 코리아 마켓 플레이스(IKMP·Invest Korea Market Place)’ 사업 덕분이다. IKMP 사업은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 수요를 먼저 발굴한 후 KOTRA 해외 무역관을 통해 적합한 해외 투자자를 찾아 투자가 성사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자신들의 성장 역량을 해외 투자자에게 알릴 기회가 많지 않다. 이런 기업들이 IKMP 사업을 통해서 투자 유치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 해외 진출 돕는 일석이조 투자 유치
과거 해외 투자 유치는 해외 대기업이 한국에 공장이나 지사를 설립하는 것을 가리킬 때가 많았다.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해외 기업들이 주로 투자하는 대상은 한국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하는 사업이나 한국 대기업인 경우가 많다. KOTRA의 투자 유치 활동도 주로 해외 기업을 상대로 ‘한국에 투자할 때 받는 인센티브와 기대 효과’를 알려주는 식으로 이뤄졌다. 투자를 하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규모 있는 곳들이다 보니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은 혜택을 보기가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투자 유치를 위한 활동은 한국 투자에 관심 있는 해외 기업들이 KOTRA 해외 무역관에 관련 문의를 해오고 나서 시작됐다.
이에 반해 IKMP 사업은 해외 투자 유치를 원하는 소규모 기업들의 수요를 발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기업들은 진출을 희망하는 해외 지역 등을 고려해 신청을 하고 KOTRA는 해외 무역관을 통해 적합한 투자자 찾기에 나선다. 과거 투자 유치가 해외 기업이 원하면 도와주는 식이라면 IKMP 사업은 국내 기업이 원하는 투자자를 찾아준다는 점에서 더 능동적이다. KOTRA는 지난해 사업 개시 이후 국내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들로부터 수시로 접수를 받고 있다. 심사는 3개월에 한 번꼴로 이뤄진다. 심사를 거친 260여 개 기업에 대해 현재 투자자 매칭 작업이 진행 중이다. KOTRA의 지원 활동은 해외 투자자에게 보여줄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부터 최종 투자 성사에 이르는 거의 모든 활동에 걸쳐 이뤄진다.
KOTRA에서 해외 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인베스트코리아 김용국 대표는 “IKMP 사업에 참가한 중소·중견 기업 대다수는 우수한 기술과 창의적인 제품을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영문 소개 자료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이 기업들에는 해외 투자자와 만나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해외 투자 유치에 비해 대규모 성과가 나지는 않겠지만 여러 기업이 외자 유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끈기 있게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투자와 해외 투자 병행, 선순환 강화
IKMP 사업을 통해 이뤄지는 투자는 지분투자나 합작투자 형태인 경우가 많다. 투자자도 해외 벤처캐피털처럼 전문 투자자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한국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다. 해외 전문 투자자들은 한국 이외에도 여러 나라에 투자를 하고 있다. 자신들이 기존에 투자한 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한국에서도 찾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투자를 받는 국내 기업으로서도 해외 진출과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KOTRA는 IKMP 사업을 통한 해외 투자 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산업은행과 협력해 기업들에 대한 국내 투자 유치도 병행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 투자를 받은 기업은 해외 투자자들이 보다 신뢰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중소기업 J사는 지난해 IKMP 사업을 통해 공장 증설을 위한 해외 투자 유치를 물색하던 중, 국내 투자자로부터 해당 투자를 받았다. 당시 관심을 보인 해외 투자자와 J사는 현재 인수합병(M&A)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J사로서는 국내 투자와 해외 투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기업 경쟁력을 배가시킬 기회를 얻은 것이다. J사 대표는 국내 투자 유치가 해외 투자 유치로, 해외 투자 유치가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KOTRA는 권평오 사장 취임 이후 마련한 혁신 방안을 공개하며 인베스트코리아가 중소·중견 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 및 해외 진출이라는 양방향 투자를 지원하도록 확대 개편한다고 밝혔다. KOTRA 관계자는 “IKMP 사업을 통해 그 비전을 선도적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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