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물요!” 아이들은 뜨겁게 달군 돌들을 호리병 모양으로 파인 구덩이에 넣었다. 호리병 뚜껑 부분에는 감자와 계란을 넣었다. 구덩이를 짚과 흙으로 덮은 뒤 기다란 쇠막대로 구멍을 뚫고 물을 부어 넣을 때마다 ‘짚물요’ 하고 외쳤다. 커지는 목소리에 기대감도 점점 달궈지고 있었다. 찬물이 달궈진 돌에 닿으면서 생긴 뜨거운 증기가 감자와 계란을 익히는 ‘삼굿구이’를 체험하는 중이었다. 삼굿구이는 충북 단양군 소백산 자락에 있는 ‘한드미마을’ 사람들이 예부터 해 오던 연중행사다. 삼베옷을 만들기 위해 대마를 삶아 껍질을 벗겨야 했는데, 가마솥에는 키가 큰 대마가 많이 들어가지 않아 밭에 구덩이를 파서 삶았던 데서 유래했다. 지금은 대마 대신 감자와 달걀을 삶아 익혀 먹는 슬로푸드 체험으로 운영되고 있다.》
21일 한드미마을을 찾은 100여 명의 아이는 서울 청덕초에서 체험학습을 온 5학년 학생이다. 임소영 양(11)은 “내 손으로 직접 밭에서 감자를 10개 넘게 캤다”며 “땅을 파서 음식을 쪄 먹는다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너무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교사 박종훈 씨(34)는 “매년 체험학습 후 만족도 조사를 하는데 90% 이상이 농촌체험을 만족스러워 한다고 답해 3년째 이 마을을 찾고 있다”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고, 마을에서 직접 기른 유기농 채소로 식사가 제공돼 아이들이 밥맛도 좋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드미마을은 2003년 체험마을로 처음 조성됐다. 2007년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의 인증을 받아 ‘농촌체험휴양마을’로 지정됐다. 음식·숙박·체험·서비스 등 4개 항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다. 아이들은 2박 3일 체험학습 기간 ‘마을에서 가장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 누구인지 알아오기’ ‘마을 내 느티나무가 몇 그루인지 세어 오기’ 같은 미션을 수행하는 ‘에코티어링’, 감자 캐기와 다슬기 채집, 떡메를 쳐서 인절미를 만들어 먹는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최재영 군(11)은 “다슬기 잡는 게 제일 재밌었다”며 “서울에서는 친구들이랑 마음껏 뛰어놀 공간도 없는데 여기는 공기도 맑고 맘대로 뛰어놀아도 돼 좋다”고 말했다.
농촌체험휴양마을은 도시민에게 평소 느껴보지 못한 자연 속 휴식을 제공하고 농촌에는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 일석이조의 공간이다. 정문찬 한드미마을 대표(60)는 “온 마을 사람들이 체험마을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동참하지 않았다면 우리 마을은 진작 사라졌을 것”이라며 “지난해 마을을 찾은 관광객만 3만8000명으로 학교 수학여행은 물론이고 가족 단위나 동호회에서 찾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한드미마을처럼 자연과 전통문화 등 농촌의 자원을 활용해 체험, 음식, 숙박 등 휴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1002곳이 있다.
농림부와 농어촌공사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농촌체험 여행지를 소개하고 농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다음 달 6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2018년 도농교류의 날 농촌 여름휴가 캠페인’을 진행한다. 농촌 관광지와 여행상품에 대해 알리고 수박 빨리 먹기, 밀짚모자로 볼링핀 쓰러뜨리기 등 여러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도시와 농촌 간 교류 확산을 목적으로 2013년 지정된 법정 기념일 ‘도농교류의 날’(7월 7일)을 맞아 도농 교류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한 유공자를 포상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농촌체험휴양마을에 대해 더 알아보려면 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촌여행의 모든 것, 웰촌’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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