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문 drive.ai 이사
셔틀버스 눈에 띄는 오렌지색 단장, ‘승객 하차’ 안내문자 내보내 교감
딥러닝 접목 주행기술 업계 주목
다음 달 미국 텍사스주 프리스코시의 도로에서 시험 운행하는 자율주행차엔 사고를 막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반영됐다. 자율주행차량 앞뒤 좌우에 설치된 화면에서 “(당신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승객이 하차하고 있습니다” 등 안내문자가 나오며 보행자의 주의와 양해를 구하는 방식이다.
이 아이디어를 낸 곳은 현지 스타트업인 ‘드라이브닷에이아이’(drive.ai). 운전자가 손짓 눈짓으로 교감하듯 기계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최근 문제가 된 자율주행차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스파크랩 데모데이 행사장에서 만난 크리스틴 문 드라이브닷에이아이 파트너십 담당 이사(사진)는 “자율주행차 시대엔 뛰어난 기술뿐 아니라 자율주행차를 받아들일 대중의 신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리스코에서 운행될 10대의 셔틀은 누구나 자율주행차임을 알 수 있도록 눈에 잘 띄는 오렌지색으로 칠했다. 이미 운전자 개입 없이 스스로 대응하는 레벨4(완전자율주행) 단계까지 기술을 발전시켰지만 불안해하는 시민들을 위해 ‘안심용 운전기사’를 둘 계획이다.
2015년 설립된 드라이브닷에이아이는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시스템 업체다. 구글 바이두의 AI 개발을 이끈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 등 실력자들이 개발을 주도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문 이사는 연세대(영문학·정치학)와 미국 예일대(국제관계학)를 졸업하고 구글, 드롭박스 등을 거쳐 드라이브닷에이아이에 합류했다.
드라이브닷에이아이의 강점은 속도다. 매핑과 분석은 물론이고 시뮬레이션, 모션플래닝 등 모든 자율주행 기술에 딥러닝을 접목했다. 주행을 하면서 매핑과 시뮬레이션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실수나 새로운 시나리오를 접하면 바로 학습할 수 있다. 데이터를 기계가 이해할 수 있게 가공하는 전 처리 시간도 확 줄었다. 기존의 룰베이스 방식에서 1시간짜리 주행영상 데이터 전 처리를 하는 데 800시간이 필요했지만 딥러닝을 적용한 뒤 1분으로 줄였다. 문 이사는 “구글이 8년 만에 레벨4 자율주행차를 개발한 성과를 드라이브닷에이아이가 3년 만에 따라잡은 것도 딥러닝 기술 덕분”이라고 말했다. 문 이사는 앞으로 자율주행차의 대중화는 하드웨어 분야에서 개당 수천 달러인 라이더 가격을 얼마나 빨리 낮출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드라이브닷에이아이와 같은 미국 자율주행차 업체들은 기술 테스트를 넘어 이미 고객 니즈와 산업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문 이사는 “자율주행으로 이득과 손해를 보는 업종은 어디인지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주차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 덕분에 식당이나 쇼핑몰 이용량은 얼마나 느는지, 교통체증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지방정부 등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문 이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기술만큼 ‘의지’가 중요하다”며 “혼자 할 수 없거나 협력해서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파트너십을 맺고 신기술을 빨리 적용하려는 태도가 경쟁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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