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출금리 조작 은행 제재”

파장 확산에 처벌 불가에서 선회, 제도개선 TF구성… 법적근거 마련

금융당국이 은행권 대출금리 조작 의혹에 대해 제재하기로 했다. 당초 해당 은행은 물론이고 영업점 직원에 대해서도 당국 차원의 징계는 어렵다는 방침이었지만 사태의 파장이 커지면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28일 공동 자료를 내고 “이번 사태에 대한 조치 방안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관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 시정 지시 등의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뜻이다.

또 다음 달부터 금융연구원, 은행권이 함께 참여하는 ‘대출금리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확실한 제재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는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은행의 금리 산정에 대해 제재할 법적 근거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당한 금리 산정에 대해선 당국이 직접 개입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TF는 제재 근거 외에도 은행 내부 시스템 개선을 위한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정, 금리 정보에 대한 공시 강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 간에 온도 차를 보인다는 일각의 지적을 부인하고 나섰다. 두 기관은 “가산금리 부당 부과 사례와 관련해 긴밀히 협의해 대응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이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인 22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대출 창구에서 개별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사안의 심각성을 축소하는 듯한 발언을 해 두 기관의 입장이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 금융당국은 BNK경남, KEB하나, 한국씨티은행이 26일 발표한 이자 환급 계획을 최대한 빨리 실행할 것을 요구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