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2년 차에 접어들면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파죽지세로 ‘재벌개혁’을 몰아붙이고 있다.
공정위는 3일 대기업 지주회사들이 법 취지와 달리 오너 일가의 부를 늘리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열흘 동안 공정위가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 공익법인 실태 조사 결과를 내놓은 데 이어 3번째로 나온 재벌개혁 관련 조치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을 앞두고 공정위가 전면적인 재벌개혁을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이 개인적인 신념을 앞세워 지나치게 기업 경영에 간섭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배당수익 외국과 비교해도 지나치지 않아”
공정위는 3일 ‘지주회사의 수익구조 및 출자현황 분석결과’를 통해 지난해 LG SK 한진칼 등 18개 대기업 지주회사들이 소속회사와의 내부거래로 총 2조400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지주회사 전체 매출액의 55.4%에 달하는 규모다. 주로 부동산 거래, 브랜드 사용료 지급, 경영컨설팅 수수료 지급 등의 방식으로 이뤄졌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지주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은 49%로 다른 계열사들보다 규모가 크다”며 “총수 지분이 크다 보니 사익 편취의 동기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과거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대안이라며 지주회사 전환을 권고하더니 이제 와서 대주주 사익 편취 수단이라고 공격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지주회사의 배당수익은 40%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이게 왜 나쁘다는 건지 근거가 없다”며 “한국의 기업들은 현금을 배당보다는 미래 투자에 사용하기 때문에 배당수익 비율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해외의 지주회사들도 배당수익과 배당 외 수익이 50 대 50을 유지하고 있어 외국과 비교해도 지나치지 않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 “공정위 조사, 결론 내린 뒤 끼워 맞췄다는 느낌”
공정위의 이날 발표는 단순히 지주회사 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다는 의미에 머무르지 않는다.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대기업이 내부거래를 확대해 총수 일가에 부를 몰아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이달 1일에는 대기업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 지배력 확대에 악용되고 있다는 점을 공개했다. 지주회사 실태 역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에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재벌개혁은 몰아치듯 할 수는 없다”고 했지만 이제는 기조를 바꿨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정위의 한 간부는 “이건 위원장이 처음부터 구상하던 타임라인”이라며 “공정위도 상반기에 실태조사를 끝내고 하반기에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기 위한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일해 왔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공정위의 강도 높은 개혁 조치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통령은 정부 관계자들에게 기업 현장을 적극적으로 찾아 기업 활동을 독려하라고 말하고 있는데 경쟁 당국은 옥죄기만 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대기업에 대해 ‘일단 잘못됐다’고 결론을 내린 뒤 조사 결과도 거기에 끼워 맞췄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주장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공정위의 발표로 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논리가 힘을 얻게 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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