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 크레시티’ 주변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최근 이 단지 전용면적 84m²가 10억5000만 원에 매물로 나왔다. 지난달 실거래가(9억3800만 원)보다 한 달 새 1억1200만 원 뛰었다. 인근 탑공인 관계자는 “청량리 역세권 개발이나 분당선 연장선 개통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이 지역 최초로 호가가 10억 원을 넘어섰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6억8500만 원이었던 이 단지 전용 84m²는 1년 만에 2억5000만 원 가까이 값이 올랐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집값을 끌어올리는 가장 큰 원동력은 청량리 역세권 개발이다. 과거 ‘588’로 불리던 성매매 업소 밀집지역에는 롯데건설이 최고 65층 1953채(오피스텔 528실 포함) 규모 주상복합단지를 짓고 있다. 빠르면 올해 9월 중 청약을 접수할 것으로 보인다. 청량리역 인근 동부청과시장 역시 ㈜한양이 1152채 규모 주상복합단지를 지을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달 서울시가 청량리역 일대를 강북개발의 핵심 축으로 삼기 위해 ‘청량리역 일대 종합발전계획’ 수립에 나섰다는 소식이 더해지면서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음 달 개통을 앞둔 분당선 연장선 등 청량리역 교통망 확장도 집값을 밀어올리고 있다.
청량리역 인근 신축 단지의 상승세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 위브’는 지난해 6월 6억7000만 원에 거래됐던 전용 84m²가 지난달 8억 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는 9억5000만 원까지 올랐다. 용두동에 있는 ‘용두 래미안’도 지난해 6월 6억5000만 원에서 올해 6월 8억45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달 말 입주를 시작한 전농동 ‘동대문 롯데캐슬 노블레스’는 현재 전용 84m² 호가가 10억 원까지 올랐다. 분양가(약 5억5000만 원)의 배에 육박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동대문구 주택 가격 상승률은 0.47%로 서울 자치구 중 7번째로 높았다.
가격이 급등하면서 거래는 줄고 있다. 전농동 D공인 관계자는 “문의 전화를 하는 사람들은 주로 강남이나 강북으로 출퇴근하려는 실수요자들”이라며 “최근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워서인지 사겠다며 나서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했다. 인근 R공인 관계자는 “청량리역 호재는 올해 2월까지 모두 반영이 끝났다. 그 이후부터는 사실상 강남이나 마포 등 서울 주요 지역과의 가격 격차를 좁히는 ‘갭 메우기’ 장세가 이어지면서 시세가 오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 ‘안 팔리면 말지’라는 식으로 호가를 마구 높여 내놓는 집주인들도 간혹 있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미래가치가 있는 곳임에는 분명하지만 짧은 기간 가격이 많이 오른 탓에 구매 희망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 상승세가 더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갭 메우기로 가격이 오른 지역의 경우 추가 상승 여력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이런 지역들의 경우 미국발 금리 인상이나 정부 규제 강화 등 시장 악재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으므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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