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은행 이자 등으로 연간 1000만 원 넘게 버는 금융소득자와 소형주택 전세 임대업자, 고가주택 보유자 등 65만 명에 대해 총 1조2000억 원의 세금을 매기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가 복지 재원을 마련하려고 금융자산가와 집주인을 겨냥해 ‘부자 증세’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3일 서울 종로구 특위 사무실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재정개혁 권고안을 내놓았다. 기획재정부는 특위 권고안을 바탕으로 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6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권고안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공시가격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종부세 세율이 모두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내년부터 5%포인트씩 올라 2022년에 100%에 이르고, 세율은 구간별로 0.05∼0.5%포인트 인상되는 것이다. 이 같은 과표 현실화가 이뤄지면 34만6000명에 이르는 집주인의 종부세 부담이 1인당 32만 원가량 늘어난다. 이것만으로 총 1조1000억 원의 증세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금액은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낮아진다. 내년부터 은행 예금 이자나 주식 배당금 등으로 연 1000만 원 넘게 벌었다면 다른 소득과 합해 소득세를 내야 한다.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은 현재 9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늘어난다. 새로 금융소득 과세 대상이 되는 31만 명은 1년에 평균 27만 원 정도 세금을 더 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용 60m² 이하이고 기준시가가 3억 원 이하인 소형주택 소유자의 전세보증금을 비과세해 온 특례제도가 대폭 축소된다. 주택 임대소득에서 400만 원을 차감해 과표를 줄여주는 기본공제 혜택도 줄거나 아예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새로 과세 대상이 되는 소형주택 임대업자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 임대과세제도 시행 과정에서 증세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
이번 권고안에 대해 청와대 당국자는 “시민단체는 보유세 개편 시나리오가 예상보다 약하다고 하는 반면 다른 쪽에선 너무 강하다고 했는데 특위가 양쪽의 의견을 잘 감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위는 올 하반기에도 자본소득과 임대소득 등에 대한 추가 증세 방안을 정부에 권고할 계획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장은 “고소득자 과세가 당장은 명쾌한 재정 확보 방안으로 보일지 몰라도 결국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조세 전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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