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저축은행의 텃밭으로 꼽히던 연 10%대 중금리 대출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잇달아 기존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를 3∼4%포인트 내리거나 금리를 대폭 낮춘 새 상품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카드사들이 판매하는 신용대출은 최고 금리가 연 20%를 넘어 ‘무늬만 중금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를 맞아 카드업계의 진출로 중금리 대출 시장이 커지면 신용등급 4∼7등급의 중·저신용자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자인 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 카드사 ‘무늬만 중금리’에서 벗어나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1일 대표 신용대출 상품인 ‘프라임론’의 최고 금리를 연 23.90%에서 19.90%로 4%포인트 내렸다. 롯데카드도 이날 ‘롯데카드 신용대출’의 최고 금리를 연 23.50%에서 19.90%로 3.6%포인트 인하했다.
KB국민, 현대, 우리, 하나카드는 3분기(7∼9월) 중으로 기존 신용대출 상품 금리를 중금리 대출 요건에 맞도록 조정하거나 금리를 낮춘 새 상품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고 금리가 20% 미만이고 가중평균 금리가 16.5% 이하이면서 신용등급 4∼10등급의 대출자에게 70% 이상 대출해주는 신용대출 상품을 중금리 대출로 인정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그동안 전체 대출에서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 안팎으로 낮았지만 이제는 카드사가 일제히 이 비중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카드사의 움직임은 금융당국이 올 4분기(10∼12월)부터 중금리 대출 상품을 ‘대출 총량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카드사들의 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7%로 제한하는 총량 규제에 나섰고, 이번에 중금리 대출을 이 규제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다 카드업계는 올해 초 법정 최고금리가 내려간 데 이어 이달 초 가맹점 수수료까지 인하되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주요 수익원인 카드론과 현금서비스가 대출 총량 규제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중금리 대출 시장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금리 혜택 보는 중·저신용자 늘어날 듯
앞서 중금리 대출 상품을 선보인 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대응책을 고심 중이다. 카드사들은 지점은 없지만 신용평가 능력이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드 이용 명세 등을 통해 대출자의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는 신용평가 능력이 강점이기 때문에 저축은행,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다”며 “모바일·PC 등 비(非)대면 금융거래가 90%가 넘어선 상황에서 지점이 없어도 활발하게 대출 영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중금리 대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민들의 빚 부담도 한층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삼성, 롯데카드의 일부 고객은 금리가 최고 4%포인트 떨어지는 혜택을 보게 됐다. 기존에 19∼23%대 금리를 이용하던 고객이 대출을 갚고 새로 빌리면 이 같은 금리 혜택을 볼 수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현금 서비스나 고금리 카드론을 급하게 이용하려던 중간 신용등급의 소비자들이 새롭게 내놓은 중금리 대출 상품을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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