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단회의 부문별 토론위주로 바꿔
첫날 식품계열 사장들 PT 발표후 다른 임원진 날카로운 질문 쏟아져
‘제로베이스 예산’으로 절박함 표출
“희망적 전망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수치가 있습니까?”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5층 홍보관에서 롯데그룹 식품 계열사의 상반기 실적과 향후 경영전략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이 열렸다. 한 계열사 대표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그룹의 주요 실장들로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상반기 실적 부진을 언급하며 앞으로의 전망과 구체적 계획을 묻는 날카로운 질문도 날아들었다.
이날 연이은 질문 세례에 시달린 이들은 롯데그룹 식품 계열사의 수장들이었다.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 이영호 롯데푸드 대표, 이종훈 롯데주류 대표 등 롯데지주 식품 관련 회사 대표 9명은 오전 9시부터 시작된 롯데그룹 하반기 사장단 첫날 회의에 참석했다. 그동안 실무자의 보고를 받았던 대표들은 무대에서 주어진 30분 동안 ‘신입사원’처럼 보고하고 지적을 들으며 진땀을 흘렸다.
이날부터 시작된 롯데그룹의 사장단 회의는 총수 부재인 롯데그룹의 ‘위기감’과 ‘절박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신동빈 회장 주도로 2007년부터 진행해 왔던 밸류크리에이션미팅(사장단 회의)과는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올해 1월 말 열렸던 상반기 사장단 회의는 오후 2시에 시작해 6시면 끝났다. 이날 사장단 회의는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6시가 훌쩍 넘어서야 끝이 났다. 일부 실적이 좋은 계열사만 마이크를 잡았던 종전과 달리 모든 계열사 대표가 무대에 서야 했다는 점도 달라진 점 중 하나다. 실적 자랑보다는 ‘반성의 시간’이 많았고 임원진의 질문 공세도 거셌다. 무엇보다 기존에는 전 계열사 사장들이 모여서 하루에 회의가 진행됐지만 올 하반기부턴 부문별로 따로 열리는 점도 달라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사장단 회의는 성과를 공유하고 최고경영자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톱다운 방식의 측면이 컸다”면서 “올해 하반기부턴 발표와 토론 위주의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데다 총수 부재라는 큰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치열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거의 모든 발표자가 언급한 ‘제로베이스 예산’도 롯데의 절박함을 보여줬다는 것이 그룹 안팎의 평가다. 전년 예산을 기반으로 차기 연도 예산을 편성하는 게 아니라 각 예산 항목별 필요성을 제로베이스에서 판단해 보고 매년 새롭게 예산을 짜겠다는 것이다.
관련 계열사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만큼 공통 관심사나 협업에 대한 주문도 나왔다. 한 계열사 대표는 향후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른 계열사의 채널 활용을 요청하기도 했다.
사장단 회의는 이날 식품 부문 계열사를 시작으로 5일(유통), 6일(화학)에 이어 11일(호텔·서비스), 12일(금융)까지 총 5일에 걸쳐 진행된다. 모든 회의에는 부재 중인 신 회장을 대신해 황각규 부회장과 윤종민 HR(인적자원관리)혁신실장(사장), 이봉철 재무혁신실장(사장), 오성엽 커뮤니케이션실장(부사장), 임병연 가치경영실장(부사장) 등 롯데그룹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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