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차세대 전산시스템 위니(WINI)를 도입한 지 8일로 2개월째가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4일 “위니는 한 달여의 안정화 기간을 거쳐 완전히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2004년 윈즈(WINS) 도입 이후 14년 만에 주 전산기를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UNIX) 기반으로 교체했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이번 정상화가 2016년 민영화 이후 이사회의 지주사 전환 승인, 캄보디아 금융사 비전펀드캄보디아 인수를 통한 국내 은행 최초의 글로벌 20위권 진입(해외 네트워크 기준)에 이은 세 번째 경사로 통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년 1월 출범 예정인 금융지주사 도약의 초석을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차세대 시스템 도입으로 IBM 메인프레임을 주 전산기로 사용하는 곳은 KB국민은행 한 곳만 남게 됐다. KB국민은행은 2014년 주 전산기 교체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경영진 간 갈등으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 동시에 불명예 퇴진하면서 실패했다. 차세대 시스템 도입을 무리 없이 이끈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리더십이 빛나는 이유다.
차세대 시스템 도입은 은행의 뇌와 심장을 동시에 수술하는 것에 비유될 만큼 어려운 프로젝트다. 우리은행도 3년간 3000억 원의 예산과 10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당초 2월 설 연휴 기간을 이용해 도입하려 했으나 막판에 오류가 발생했다. 이후 2개월여 동안 다면 검증을 통해 시스템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도입 첫날 오전 한때 거래가 일시적으로 몰리면서 모바일 뱅킹 접속이 지연되는 문제가 생겼다. 5월 말에도 거래량 폭주로 한때 전산 장애가 발생해 고객의 불만을 샀다. 다행히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한 직원의 조작 실수로 판명돼 우리은행 관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차세대 시스템 도입으로 디지털 역량이 한층 강화됐다. 우선 효율적인 영업지원 기반을 구축했다. 아울러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디지털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더 중요한 것은 도입 연기 이후 전 임직원이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함께 위기를 극복한 것”이라며 “이런 경험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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