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인도의 매력에 푹 빠졌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성장률 둔화 탓에 투자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중국 대신 ‘포스트차이나’ 인도를 눈여겨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은 기업들의 신뢰를 잃게 만든 결정타였다. 우리 정부도 ‘신(新)남방정책’의 거점으로 인도를 지목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하는 등 양국 간 경제 교류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대기업은 일찌감치 인도에 생산기지를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1996년 제품 현지화를 위한 벵갈루루 연구소를 시작으로 노이다와 첸나이에 휴대전화 및 가전제품 공장을 설립했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방문하는 노이다 공장은 2016년 삼성이 6억5000만 달러를 들여 증설한 인도 최대의 스마트폰 공장이다. LG전자 역시 노이다와 푸네 등에 스마트폰 및 가전 공장을 가동 중이다.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업계는 첸나이 지역에 주로 진출해 있다. 포스코는 마하라슈트라에 자동차용 강판 등 냉연 공장을 가지고 있다. 롯데제과는 첸나이와 델리에서 초코파이를 생산한다.
대기업보다는 한발 늦었지만 중소기업도 인도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5일 중소기업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뢰할 만한 해외 바이어의 구매오퍼(수입 희망 제품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은 국가가 인도였다.
보고서는 “인도는 세계 3위권의 내수시장을 가진 데다 적극적인 제조업 육성정책으로 ‘세계의 공장’을 지향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민자를 가지고 있어 중동과 아프리카 등을 향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IT기업들의 아웃소싱이 인도에서 이뤄질 정도로 IT 기술력이 앞선 점도 매력 포인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인도 진출에 유망한 진출 분야로 건설, 사물인터넷(IoT), 웰빙 식품을 꼽았다. 건설업의 경우 정부와 민간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올해 도로 건설 예산을 7054억 루피(약 11조4700억 원)로 책정해 지난해에 비해 13.9% 늘렸고 철도에는 12.9% 증가한 1조4800억 루피(약 24조648억 원)를 배정했다. 외국인 투자 지분한도 확대, 최소 투자기준 완화 등 투자 환경도 좋아지고 있다.
IoT는 세계 2위의 인터넷 사용자 수와 ‘디지털 인디아’ ‘IoT 발전 생태계 구축’ 등 인도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육성정책 덕에 2020년까지 연평균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칼로리 소모, 심박 수, 운동량 등을 측정하는 건강 관련 웨어러블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 소득 증가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웰빙 포장식품 수요도 커지고 있다. 인도 웰빙 포장식품 시장은 2021년 1조 루피(약 16조26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도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품질보다 가격이 중요시되는 인도 시장 특성상 가격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국내 기업이 풀어야 할 과제다. 중소기업연구원 조이현 수석연구위원은 “인도는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을 뿐만 아니라 민족 종교 문화 등이 다양하고 복잡한데 정부와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는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수준”이라며 “현지 저가 제품과 한국 우수 제품의 차이를 인도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