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서 일하는 7년 차 직장인 김모 씨(35)는 지난달 월급 353만 원을 받았다. 이 중 교통·통신비, 식비, 월세, 대출이자 등으로 280만 원 정도를 썼다. 김 씨는 “요즘 물가가 올라 식비가 꽤 많이 든다. 영화나 뮤지컬을 본 달은 이보다 소비가 더 많다”고 말했다.
서울 직장인들은 월급의 70% 이상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급이 높은 40대 후반과 대기업이 몰려 있는 종로구 직장인들이 급여 대비 소비의 비중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은행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울시 생활지도 소비편’을 5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에 거주하는 개인고객 131만 명을 대상으로 급여 수준과 소비 패턴 등을 분석한 결과다.
조사 결과 서울 시민이 지난해 소비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143만 원이었다. 전년 대비 5.3% 늘어난 금액이다. 이 중 4만 원을 공과금으로 내고 현금과 신용카드로 각각 20만 원, 76만 원을 사용했다.
서울 직장인들은 월급의 75%가량인 179만 원을 소비로 지출했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월급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급여 대비 소비 비중은 20대 후반이 73.89%로 가장 높았다. 이 비중은 30대 초반에 72.24%로 꺾인 뒤 30대 후반 69.10%, 40대 후반 67.62% 등으로 감소했다. 김병곤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수석은 “나이가 들수록 급여가 늘어나는 폭보다 소비 증가 규모가 더 작다는 뜻”이라며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소비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 도심에 직장이 있는 이들의 씀씀이가 컸다. 중구에 회사를 둔 직장인의 월평균 소비 금액은 241만 원으로 1위였고 종로구(238만 원), 강서구(235만 원) 순이었다. 급여 대비 소비 비중은 종로구가 66%로 가장 낮았다. 대기업이 많은 종로구 직장인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급은 많지만 그에 비해 쓰는 비중은 작다는 뜻이다.
거주지별로는 서울의 대표 부촌인 강남구 압구정동 주민의 소비 금액이 월평균 302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도곡동(244만 원), 반포동(223만 원), 대치동(203만 원) 등으로 부동산 자산이나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강남, 서초구 주민의 소비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구별로도 서초구의 월평균 소비가 202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195만 원), 용산구(161만 원) 순이었다. 씀씀이 자체는 이 지역을 따라갈 수 없었지만 동대문구는 소비 성장률이 6.6%로 가장 높아 눈길을 끌었다.
현금이나 신용카드, 체크카드 소비 행태도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현금과 신용카드 사용액은 서초구가 각각 28만 원, 116만 원으로 가장 높았지만 체크카드는 관악구가 28만 원으로 1위였다. 김 수석은 “체크카드를 많이 쓰는 대학생들이 관악구에 몰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민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요일은 금요일(23%)이었다. 주말을 앞두고 경조사비 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벽 시간에는 현금 사용이 많은 시장, 병원 인근에서 100만 원 이상의 고액 출금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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