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저녁 서울 김포공항 인근의 한 막걸릿집에서 만난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 정홍근 대표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날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티웨이항공이 기업설명회를 연 날이기도 했다. 정 대표는 “2010년에 출범했을 때 다들 ‘장사 되겠냐’고 코웃음만 쳤는데 2013년에 흑자를 내자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며 “상장 이후엔 공격적인 투자를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가 대표 자리에 오른 건 흑자가 나기 시작한 2013년이다. 이후 티웨이항공은 승승장구했다. 2015년 32억 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약 15배인 470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46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년 치 영업이익을 1분기 만에 달성한 셈이다.
LCC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어떻게 비용을 줄이고 어디서 수익을 창출하느냐다. 정 대표는 이에 대해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며 티웨이항공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대구-오사카-괌 노선 이야기를 해줬다.
정 대표는 “일본에서는 괌에 대한 인기가 없다. 이유를 파악해 봤더니 괌으로 가는 항공권이 너무 비쌌다”고 말했다. 결국 정 대표는 오사카-괌 노선에 저가 항공기를 투입하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매력적인 가격의 항공편이 있으면 여행객들이 따라온다는 역발상을 한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티웨이항공은 다른 LCC보다 앞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키, 일본 사가 등에 취항했다.
기자는 정 대표에게 ‘LCC 업계도 언젠가는 성장 정체기에 접어들지 않겠냐’고 물었다. 정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제2 도약의 핵심은 중장거리 노선에 있다”고 강조했다. LCC에 중장거리 노선은 꿈같은 일이지만 위험 부담도 크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멀리 날 수 있는 새로운 항공기를 들여와야 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LCC 처음으로 내년부터 B737-MAX8를 순차적으로 10대 도입한다고 밝혔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B737-800보다 1100km는 더 멀리 갈 수 있어서 인천에서 방콕, 푸껫, 쿠알라룸푸르 등에 투입할 수 있다. 특히 B737-MAX8는 엔진 연료를 기존 B737-800 대비 20%나 줄일 수 있어서 수익성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뷰 도중 정 대표는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수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놀고 있는 항공기가 없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티웨이 항공기 1대는 월평균 438시간을 돌린다. 이는 경쟁 업체보다 10∼60시간 많은 수치”라고 말했다. 이런 알찬 운영 덕분에 티웨이항공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 23%를 기록했다. 국내 항공업계 중 최고 실적이다.
티웨이항공은 내달 초 상장을 앞두고 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에 이어 LCC 중 3번째 상장 기업이 된다. 정 대표는 매일 오전 5시면 약 15m² 규모의 텃밭으로 나가 직접 작물을 돌본다. 정 대표는 “척박한 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는 작물들을 보며 스스로를 반성한다”며 “언젠가는 미국과 타히티섬에도 취항할 거다. 티웨이항공의 선전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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