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에서 양국의 자동차 관세폭탄 예고 등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자유무역 체제 속에서 글로벌 최적의 생산지를 구축해 왔던 그간의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추가 무역 보복을 비롯한 불확실성도 높아진 가운데 일부 기업은 미리 생산지 전환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는 기업들이다. 10일(현지 시간)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와 BMW, 메르세데스벤츠, 볼보 등 미국에서 생산해 중국 수출 물량이 많은 기업들이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2420만 대로 세계 최대 시장으로 꼽힌다.
이달 6일부터 중국은 미국산 차량에 대해서만 관세를 기존 25%에서 40%로 올리기로 했다. 반면 미국 외 다른 국가에서 수입된 차에 대해서는 일부 관세를 내리기로 했다. WSJ는 “유럽에서 중국에 온 포르셰 가격은 7% 싸지고 미국에서 온 벤츠 BMW 가격은 15%가량 비싸지는 격”이라고 전했다. 루츠 메스케 포르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WSJ에 “미국에서 제조된 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테니 (유럽에서 만드는)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결국 중국 현지 생산 카드를 꺼냈다. 10일 중국 상하이(上海) 시정부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연간 5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는 테슬라가 외국에 짓는 공장 중 가장 큰 규모다.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 투자 결정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대비책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현지 공장 설립은 예견된 행보지만 미중 무역전쟁 격화가 이를 앞당겼다는 얘기다. 중국의 보복관세 이후 중국에서의 테슬라 자동차 값은 약 20% 올랐다.
독일 BMW그룹도 9일 중국 투자 확대 계획을 밝혔다. BMW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파트너 브릴리언스 오토모티브와 2019년까지 중국 현지 생산량을 52만 대까지로 늘리고 전기차 iX3를 중국에서 생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발표는 리커창 중국 총리의 독일 방문에 맞춘 것이지만 미국에서는 당장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BMW 스파르탄버그 공장 물량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생산된 총 38만5900대 중 8만7600대가 중국에 수출됐다. BMW는 “미국 공장의 해외 이전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중국 수출용 생산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국 자동차업계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문제라는 분위기다. 당장 미국의 자동차 관세 25% 부과 조사도 시급한 문제다. 이 때문에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주도했던 김종훈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특별자문 역할로 영입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무역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대책과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우선 이달 19, 20일 미국에서 열리는 자동차 관세 관련 공청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FTA 체결을 확대하던 추세에서 갑자기 보호무역 중심의 무역 갈등으로 치달으니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자동차업계도 대책 마련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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