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의 ‘알파돔Ⅳ’ 빌딩(6-4블록)은 3월 준공한 지상 15층, 연면적 3만 평(약 9만9174m²)의 대형 오피스다. 네이버와 그 자회사 스노우, 게임회사 ‘블루홀’ 등 굵직한 기업들이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빌딩은 4월 신한알파리츠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5182억 원에 사들였다. 신한알파리츠는 다음 달 8일 코스피에 상장될 예정이다. 일반인도 커피 한 잔 값(공모가 5000원)에 이 빌딩의 지분을 사서 임대수익 등을 나눠가질 수 있게 된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리츠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올해 대형 공모 리츠의 상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랜드 유통매장을 기초자산으로 한 이리츠코크렙이 지난달 27일 상장한 뒤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는 등 투자자들의 반응은 기대보다 싸늘하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이르면 9월 리츠의 인지도를 높이고 손쉬운 투자가 가능하도록 ‘상장 리츠 활성화 방안’을 내놓는다.
○ 신용등급 매기고, 은행에서도 투자 가능
리츠는 불특정 투자자들이 돈을 모아 부동산을 매입하고 임대료 등 수익을 배당하는 간접투자기구다. 기관투자가 중심의 사모 리츠와 달리 공모 리츠는 주식처럼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언제든지 팔아서 현금화할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연 6∼8%의 수익을 얻을 수 있어 기존 부동산 투자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토부는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가 리츠의 신용등급을 매기도록 법 개정을 연내 추진한다. 투자자들이 더 쉽게 리츠의 투자 가치를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시중은행에서도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리츠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공모 의무 규정을 완화한다. 지금은 주식처럼 증권사에서만 리츠 주식을 살 수 있다. 모든 리츠는 일정 지분을 공모해야 하지만 기관이 30% 이상 투자하면 사모로 운영할 수 있다. 이 예외규정을 50명 이상의 개인투자자가 참여한 특정금전식탁으로 확대해 상장하지 않고도 개인이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공모 리츠를 늘리기 위해 상장 예비심사를 없애 상장에 걸리는 기간을 줄이고, 리츠의 우선주 발행도 허용할 방침이다. 10월부터는 퇴직연금(DB형)도 리츠 투자가 가능해진다.
○ 실물 투자자 유인이 활성화 관건
국토부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리츠 활성화를 추진해왔다. 자산시장의 부동산 쏠림 현상을 막고, 부동산 투자 목적의 대출을 줄여 가계부채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작고 리츠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탓에 실적은 미미하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리츠 198개 중 상장된 리츠는 5개에 불과하다. 상장 시가총액은 4000억 원 규모로 리츠가 활성화된 미국(1128조 원), 호주(144조 원)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기대를 모았던 이리츠코크렙의 실적이 부진한 것도 일반 주식처럼 시세 차익을 노린 단기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장 후 이틀 만에 공모가(5000원) 대비 약 16% 하락했던 이리츠코크렙의 주가는 이날 4500원에 마감했다. 이 상품은 임대료 수익을 기준으로 배당 수익률(5년 기준 연평균 7.26%)을 책정했는데 시세 차익만 생각한 투자자들이 손절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정용선 한국리츠협회장은 “리츠는 부동산 직접 소유에 따른 관리 비용과 세금 등의 번거로움을 덜면서 매달 임대료를 받는 효과를 내는 상품”이라며 “실물 부동산시장에 머물고 있는 투자자들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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