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최고 화질 ‘8K’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삼성전자는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가전전시회 ‘IFA 2018’에서 8K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LED) TV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제품도 하반기 중 출시한다. 가격은 65인치 기준 1000만 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일본 샤프가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8K 70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 신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대만 이노룩스도 8K TV용 디스플레이 패널 상용 생산에 들어감에 따라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8K 시대의 각축장이 열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8K는 현존하는 최상의 해상도 기술로 평가받는다. 해상도는 화면을 구성하는 화소(픽셀) 수를 의미한다. 8K TV(7680×4320)는 4K라 불리는 초고화질(UHD) TV(3840×2160)의 화소 수 830만 개의 약 4배인 3300만 개 화소를 화면에 담는다. 고화질(풀HD·1920×1080)보다는 16배 더 선명하다.
8K TV 시장이 완전히 개화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가전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아직까지 8K급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화질 콘텐츠로 갈수록 데이터 용량이 크기 때문에 이를 압축하고 저장하는 기술은 물론이고 색상 명암 등 콘텐츠 제작 및 수신 기술이 고도화돼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올해 60인치 이상 대형 TV 중 8K TV가 차지하는 비중(출하량 기준)을 1%대로 봤고, 2020년 9%, 2024년이 돼서야 19%로 늘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4K UHD TV는 지난해 60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에서 98%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2024년까지도 81%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를 받는 8K TV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든 이유는 TV 대형화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IHS에 따르면 세계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은 지난해 115만1000대에서 2020년에는 338만8000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큰 화면을 선호하는 글로벌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려면 커지는 화면에 맞춰 화질을 유지할 수 있는 8K TV에 서둘러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8K TV의 한계로 지적받는 콘텐츠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스케일링’ 기술을 8K QLED TV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업스케일링이란 저해상도 영상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빈 화소 부분의 색상, 명암 등을 예측해 정교하게 채우는 기술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TV가 수만 가지 영상을 미리 학습 및 분석해 고화질 영상과 저화질 영상 간의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디테일을 복원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업스케일링 기술이 8K급 콘텐츠 수준으로 화질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얼마나 8K급에 가깝게 픽셀을 구현해 낼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8K TV 양산에 나서면서 글로벌 전자업체들의 8K TV 경쟁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70인치 8K LCD TV를 중국에서 출시한 샤프는 12월 일본, 올해 1월 대만, 3월 유럽에 순차적으로 제품을 출시했다. 대만 디스플레이 기업 이노룩스는 첫 8K LCD TV 디스플레이를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 패널은 샤프를 비롯한 중국 TV 세트 업체들에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TV 시장 자체는 정체 상태지만 초대형 제품은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전자업체들의 TV 초대형화 경쟁이 시작됐다”며 “초대형 TV 시장이 커질수록 8K 초고화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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