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소비자 보호’와 ‘금융산업 혁신’을 내걸고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일주일 전 ‘소비자 보호’를 전면에 내세운 혁신 과제를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7∼12월)에 예상되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앞두고 ‘소비자 보호’ 관련 주도권을 갖기 위한 양측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정안전부와 금융위는 17일 이 같은 내용의 ‘금융위원회와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소비자 관련 조직을 강화하고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는 금융혁신기획단을 2년간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금융위는 늦어도 이달 말까지 새로운 조직을 갖출 방침이다.
우선 소비자 정책을 다루던 기존의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이 ‘금융소비자국’으로 확대 개편된다. 신설되는 금융소비자국은 금융산업국, 자본시장국 등에서 나눠 맡던 소비자 보호 제도를 총괄한다. 새로운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도 발굴할 예정이다. 특히 금융소비자국 산하에 가계금융과가 신설돼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소비자 관련 분야 인력도 7명이 늘어난다.
기존의 금융서비스국은 금융산업국으로, 자본시장국은 자본시장정책관으로 바뀐다. 금융위는 “그동안 은행, 보험, 금융투자 등 금융업권 중심으로 조직이 구성돼 소비자 보호 업무를 적극 추진하지 못했다”며 조직 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금융위는 또 2년간 한시적으로 금융혁신기획단을 만들고 관련 인력도 9명 증원하기로 했다. 금융혁신기획단은 핀테크 육성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금융 분야 혁신을 지원한다. 가상통화 같은 금융시장의 새로운 동향도 관리한다. 기획단에는 금융혁신과, 금융데이터정책과가 생긴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9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혁신 과제를 내놓은 데 이어 금융위가 이 같은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금융당국이 일제히 소비자 보호 강화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금감원도 올 1월 금융위처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업종별 부서가 금융사의 영업행위도 관리하도록 업무 분담을 조정했고 민원이 많은 보험 분야의 감독·검사 업무는 금융소비자보호처에 맡겼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움직임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향후 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전초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금융정책, 금융감독,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가 새롭게 구성돼 하반기 정치권에서 감독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나올지 주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무위원장이 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최운열 의원이 감독체계 개편에 적극적이어서 조만간 개편 작업이 활발히 논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소비자 보호라는 대원칙은 바람직하지만 당국이 소비자 보호만을 앞세우며 은행권의 금리 산정 방식 등을 간섭하는 식으로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오히려 산업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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