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했다. 8년 만에 여름휴가 전 임협 합의에 이른 것이다. 장기 교섭으로 인한 노사갈등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은 하반기(7∼12월) 지배구조 개편과 대내외 경영 위기 대응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사는 19차 교섭 끝에 20일 오후 10시경 ‘2018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동의했다. 5월 3일 상견례 이후 두 달여 만이다. 2010년 이후 여름휴가 전인 7월에 임협 교섭을 마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26일 노조 찬반 투표를 거치면 확정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 움직임 등 급속도로 악화되는 수출 환경에 대한 심각성에 노사가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잠정합의안은 기본급 4만5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금·격려금 250%+280만 원 지급,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0만 원 지급 등을 담고 있다. 올해 교섭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25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 노사는 20분 단축으로 합의를 봤다.
현대차는 1조 8시간, 2조 8시간 근무하는 주간연속 2교대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1조는 5분 초과, 2조는 20분 초과해 잔업을 해왔다. 내년 1월부터 1조 8시간 5분, 2조 8시간으로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에 합의했다. 문제가 된 생산량 보전에 대해서는 시간당생산대수(UPH)를 0.5대씩 늘리기로 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이 9분에 해당하는 생산물량을 책임지기로 하면서 대화에 물꼬가 트였다.
이번 임협 노사 합의는 자동차 산업 위기 속에 장기 교섭 악습을 깼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반응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임협은 기아차를 비롯해 쌍용차 등 다른 자동차 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하반기 노사 갈등 리스크를 줄인 것은 의미 있는 행보”라고 말했다.
임협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확정되면 현대차는 하반기 파업 위험에서 벗어나 그룹 안팎 위기 대응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7월 2차례 부분 파업을 해 회사 추산 1만1487대(2502억 원 상당) 생산 차질을 빚었다. 이는 2011년 이후 최소 규모 파업이다.
이에 따라 당장 미국 관세 부과 대응과 미중 시장 판매 회복이라는 대외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룹 내에서는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게 핵심 과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말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 특별위원회 논의 결과를 발표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안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차그룹으로선 순환출자 해소를 어떻게든 매듭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현대차는 순환출자 해소를 바탕으로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았다가 엘리엇 등 국내외 기관투자가와 의결권자문사 반대에 부딪혀 올해 5월 잠정 보류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협상 장기화로 인한 노사 간 대립 등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위기 극복에 중점을 둔 합의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반기 생산성 향상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