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 분쟁 중재안 수용]재계 “불투명한 중재안 수용
예전의 삼성이라면 힘들었을것”
文대통령 일자리 당부 화답하고 사회공헌 방식에도 변화 줄듯
삼성전자가 반도체 백혈병 논란과 관련해 조정위원회의 중재 방식을 전격 수용하기로 하면서 삼성그룹 차원의 ‘경영 쇄신안’ 마련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투자와 고용 확대, 상생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경영 쇄신안의 구체적 내용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경영 쇄신안에 대한 전망은 올해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되면서 나오기 시작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역시 2008년 4월 당시 조준웅 특검의 최종 수사 결과가 발표된 지 닷새 만에 경영일선 퇴진 등을 담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석방 당시 삼성 내부에선 “쇄신안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삼성증권 유령증권 배당사고 등 주요 계열사가 연루된 부정적 사건이 불거진 데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가 금융사의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요구하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9일 인도 국빈 방문 중 노이다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이 부회장을 만나 일자리와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정부가 대기업과의 적대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시그널을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삼성 입장에선 이런 변화에 화답하기 위해서라도 쇄신안 마련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백혈병 논란에 대응하는 방식을 통해 이 부회장의 파격적인 쇄신 기조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예전의 삼성이라면 이번처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하는 결정은 내리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과거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고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이 마련 중인 쇄신안에는 대규모 투자와 고용 확대뿐만 아니라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 공헌을 강화하는 새로운 경영선언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재계 인사는 “이 부회장이 반도체 백혈병 논란을 한 번에 정리한 것처럼 실추된 이미지를 단순히 쇄신하는 차원을 넘어 기업 경영, 사회 공헌 방식에도 파격적인 변화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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