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주 거품 우려에 지수 급락… 출범 100일 넘기면서 초라한 성적표
‘에셋원’ 4.89%로 유일하게 수익 내… “섣부른 투매보다 당분간 관망을”
코스닥, 23일 4.38% 내려 연중최저
초반 흥행몰이에 성공했던 ‘코스닥 벤처펀드’가 출시 100일을 넘기면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개미’들이 투자하는 코스닥 벤처 공모펀드가 일제히 손실을 내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 시장이 대내외 악재에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23일에도 코스닥지수는 4% 넘게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인 750 선으로 주저앉았다.
○ 12개 중 11개 펀드가 손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4월 초 첫선을 보인 코스닥 벤처펀드의 누적 판매액은 이달 20일 현재 약 3조 원에 이른다. 이 중 사모펀드를 제외한 12개 공모펀드에 7783억 원이 몰렸다.
이 펀드는 코스닥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에다 투자금액 3000만 원까지 10%(최대 300만 원 한도)의 소득공제까지 받을 수 있어 초반 뭉칫돈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펀드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일 현재 12개 공모펀드 중 수익을 낸 펀드는 ‘에셋원 공모주 코스닥 벤처기업’(4.89%)뿐이다. ‘삼성 코스닥 벤처플러스’는 ―9.30%로 손실이 가장 컸고, 3800억 원의 자금을 끌어 모은 ‘KTB 코스닥 벤처’(―3.37%)도 수익률이 부진하다.
○ 코스닥 4% 급락, 연중 최저점
이는 코스닥지수가 4월 이후 약 4개월간 13% 이상 급락한 영향이 크다. 코스닥지수는 최근 6거래일 연속 하락한 끝에 23일 4.38% 급락한 756.96에 마감했다. 지난해 12월 21일(740.32) 이후 최저치다. 하락 폭은 3월 23일(―4.81%) 가장 컸다.
올해 초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 기대감에 900 선을 웃돌던 코스닥지수는 제약·바이오주 거품 논란과 미중 무역분쟁 우려 등이 겹치며 상승세가 꺾였다. 이날 하락장을 주도한 것도 셀트리온헬스케어(―10.08%), 메디톡스(―5.28%), 신라젠(―13.27%)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주였다.
특히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인한 대외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취약한 코스닥의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주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네이처셀 라정찬 대표의 구속, 신라젠의 임상실험 중단 루머 등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적보다 기대감으로 투자했던 바이오주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SK하이닉스의 실적 논란으로 정보기술(IT)주도 직격탄을 맞으면서 코스닥지수가 급락했다”고 설명했다.
○ “당분간 반등 힘들 듯”
코스닥 시장이 휘청거리면서 펀드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수익률이 하락하자 4월 이후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던 공모펀드에서 이달 들어 34억 원이 빠져나갔다.
소득공제 혜택을 위해 벤처펀드가 담아야 할 신주가 부족해 수익률이 계속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스닥 벤처펀드가 소득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6개월 안에 벤처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을 포함한 신주에 자산의 15%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현재 3조 원가량인 펀드 규모를 감안하면 4500억 원가량의 신주가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펀드 출시 이후 코스닥 시장의 벤처 기업공개(IPO) 규모는 2000억 원을 조금 웃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벤처펀드는 공모주 우선 배정 등 혜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부른 투매보다는 당분간 장세를 지켜보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제약, 바이오 업종의 투자 심리가 워낙 위축돼 당분간 코스닥 시장의 반등은 힘들어 보이지만 IT 기업의 실적이 다시 좋아지면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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