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삼호重-미포조선 노사, 업계 첫 탄력근로 합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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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단위 6개월 한시운영
일감 몰릴때 연장근로하고 다른날 줄여 평균 주52시간 맞춰
勞, 시운전 등 현실적 필요성 인정 使측도 임금감소 없도록 약속
다른 업체로 확산될지 주목

현대중공업그룹 내 조선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노사가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업계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합의여서 다른 조선사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26일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 따르면 양사 노사는 각각 6월 19일과 7월 2일 ‘3개월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근로시간이나 형태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 중 하나다. 일이 몰릴 때 더 근무하고, 한가할 때 일찍 퇴근해 전체 평균 근로시간을 기준근로시간(주 52시간) 이내로 맞추는 제도다. 노사 서면 합의를 통해 최대 3개월까지 운영할 수 있다.

본보가 입수한 현대미포조선 노사의 서면합의서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은 태풍, 정전, 긴급 정비, 공정상 문제 등의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세부적인 근로 방법과 부서, 인원 등은 노사가 추후 합의하기로 했다. 삼호중공업 노사도 3곳 부서에서만 제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양사는 정부가 7월 1일부터 시행하려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6개월간 유예한 점을 고려해 서면 합의에서 유효 기간을 6개월 동안으로 한정했다.

현재 조선업계는 업계 불황과 수주량 감소 등으로 주 52시간 이상 근무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 예들 들면 선박을 만든 뒤 시험운전을 할 때다. 적게는 5일, 많게는 수십 일 동안 바다로 나가 시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게 된다. 먼 바다로 나가면 중간에 교대하기도 힘들다. 야간작업이 불가피한 일부 공정이나 긴급 정비 때에도 주 52시간을 맞추기 힘들다.

조선업체의 사측은 지속적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요청해 왔지만 노조는 반대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면 특정 기간의 근로시간 초과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후 사측이 인력을 감축할 가능성도 있다고 노조 측은 보고 있다.

현대미포조선 노조 관계자는 “근로자 삶의 질과 임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알고 있다. 하지만 시운전 때처럼 현실적으로 주 52시간을 초과할 수밖에 없을 경우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사측도 임금 감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해 6개월 한시적으로 탄력근로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은 조선업계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사측도 유연근무제 도입을 노조에 요구하고 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업계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연한 근무제도를 도입하지 않으면 조선업계는 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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